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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깎으면 나는 더 많이 … 달아오른 차값 할인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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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연초부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할인 경쟁이 뜨겁다. 시장 점유율이 커지는 수입차들은 가격 인하 이벤트로 밀어붙이고, 국산차들은 갈수록 떨어지는 안방 시장의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수입차업체들은 올해도 국내 시장에서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통상 차량판매 비수기로 꼽히는 1월에도 판매량이 껑충 뛰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1만4849대로 전달인 지난해 12월보다도 19.7% 증가했다. 이 협회의 윤대성 전무는 “ 일부 브랜드가 추가 물량을 확보하고, 공격적인 프로모션 전략을 펴면서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1월 전쟁의 승자는 메르세데스-벤츠와 폴크스바겐이다. 벤츠는 점유율 18.67%(2773대), 폴크스바겐은 18.18%(2700대)로 각각 지난해 1월보다 점유율을 3%포인트가량 늘리며 1위 BMW(22.95%, 3408대)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탈리아 피아트와 일본 닛산의 점유율 역시 전년 대비 두 배로 커졌다.

 수입차 업체들은 이 여세를 몰아 프로모션 전략을 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혼다코리아와 피아트는 이례적으로 수백만원씩 차량 가격을 깎는 ‘통 큰 할인’ 전략을 펴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신형 오딧세이를 출시하며 2013년형 모델을 200만원 할인 판매한다. 피아트는 7인승 SUV 차량인 프리몬트의 가격을 500만원, 소형차 친퀘첸토 팝과 라운지의 가격도 420만원씩 낮췄다. 도요타와 닛산은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과 주유권 증정 이벤트도 시작했다.

 반면 수입차업계의 우등생 격인 BMW·메르세데스-벤츠·폴크스바겐·아우디 등 독일차 업체들은 가격 할인 경쟁에서 한 발 비켜나 있다. BMW가 신차 BMW 뉴 520d 출시를 기념해 특별 프로모션 리스 상품을 운영하는 걸 제외하면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업체가 없다. 한 독일 수입차업체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할인경쟁에 나서면 오히려 차량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고 중고차 가격도 요동칠 수 있다고 판단해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이에 맞서 ‘차값 할인’ 카드를 꺼냈다. 우선 연달아 신차 출시를 하는 현대차는 구형 모델 재고 정리에 나섰다.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하면서 1월부터 구형 제네시스(BH)를 정상가격보다 5%, 최대 320만원까지 깎아 팔고 있다. 신형 쏘나타 출시를 앞두고 기존 쏘나타 하이브리드도 가격을 200만원 내리고, 쏘나타YF는 30만원에서 70만원으로 할인 폭을 늘렸다. 한국GM은 2월부터 쉐보레 차량 대부분을 10만~80만원 할인해 준다. 르노삼성은 말띠 고객들을 대상으로 나이만큼 1만원 단위로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올 1월 판매 성적이 부진했던 기아차도 최저 금리 할부 판매를 진행한다. K9을 제외한 K시리즈의 24개월 할부 금리가 1.9%로 업계 최저다. 36개월 할부는 2.9%, 48개월은 3.9%의 금리가 적용된다. 이 외에도 더 뉴 K5는 50만원, K3와 뉴 쏘렌토R, 카니발R은 30만원 각각 할인판매한다.

 차량 가격 할인은 업계에서도 ‘위험 카드’로 꼽힌다. 프로모션 기간이 길고 할인 폭이 클수록 정가 개념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산차 업계가 모조리 할인 경쟁에 가세한 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부터도 국산차 업체들의 성적이 부진해서다.

 지난달 국내 5개 완성차 업체들의 차량 판매는 지난해 12월보다 13.9% 떨어졌다. 현대차만 홀로 ‘신차 효과’에 힘입어 지난해 1월보다 2.7% 늘어난 5만1525대를 팔았다. 기아차 판매량은 3만4000대로 12월에 비해 17.1%, 지난해 1월보다는 6.2% 줄었다. 르노삼성은 전월 대비 판매량이 43.2%나 떨어진 4500대에 그쳤다. 한국GM과 쌍용차도 각각 39.1%, 17.3%씩 판매량이 줄었다. 한 국산차업체 관계자는 “1월이 비수기인 걸 감안해도 내수시장 부진이 심각한 수준”이라 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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