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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 신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조난 신호의 SOS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산에서 조난했을 때는 해가 떨어지기 전이라면 10초 간격으로 소라를 여섯 번 지른다. 「보이·스카우트」에서는 막대기를 셋 세워 놓거나 돌을 셋 포개 얹혀서 SOS를 알리도록 되어 있다.
배라면 기적을 세 번씩 울린다. 자동차에도 SOS는 있다. 차창 밖으로 붉은 기나 천을 내흔들면 된다. 그러나 자동차의 SOS란 별 효과가 없다. 차 사고란 거의 순간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시속80km니 1백km니 하는 속도제한이 있는 것은 고속으로 질주하던 차는 아무리 급「브레이크」를 밟더라도 80m정도를 진전한 다음에야 차가 멈추기 때문이다.
급정지는 사실은 자동차보다는 배가 더 힘들다. 배는 차처럼 마음대로 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니다. 또 급「커브」를 돌기도 차보다 힘들다. 따라서 배끼리 서로 충돌할 수 있는 위험성은 자동차보다 훨씬 더 크다.
그렇지만 해상에서의 교통사고란 그리 흔하지 않다. 노상에서처럼 교통이 붐비지가 않은 때문이다. 또 조난한 다음에도 인명이 구조될 가능성도 크다.
2천t이 넘는 배라면 침몰하기까지 적어도 l분은 걸린다. 이만한 여유가 있기 때문에「모르스」의 SOS신호가 선박의 조난 때 가장 많이 쓰인다.
국제전파법에 따르면 SOS 3회, DE(여기는 어디라는 뜻)1회, 조난선박의 호출부호 3회로 되어 있다.
이런 신호를 받으면, 조난선박근처에 있는 배는 어느 것이나 다 구조작업을 위해 달려들기로 되어있다. 이런 약속이 있기 때문에 SOS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SOS신호를 보내도 아무 배도 달려오지 않는다면 SOS의 존재이유는 없어질 것이다.
지난달에 한국의 한 원양어선이 북태평양에서 일선과 충돌하여 침몰한 참극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이번에 또 일선에 받혀 한국선원 24명이 실종된 해난사고가 일어났다.
26명중에서 2명밖에 생존자가 없었다는 것은 SOS신호를 보낼 겨를도 없을 만큼 순간적인 사고였기 때문이다. 배도 1분만에 가라앉았다 한다.
그러나 생존자가 그렇게 적은 까닭은 또 있다. 1만t급의 일선에는「레이더」장치도 물론 있었다. 조금만 주의했더라도 충돌은 모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큰배라면 구조「보트」며 구조??도 사뭇 많았을 게 틀림없다. 그러나 생존자의 말에 의하면 사고를 일으킨 일선에서는 사고발생 후 2시간30분 동안이나 단 한 척의 구조「보트」도 내려주지 않았다 한다.
부주의란 흔히 있을 수 있다. 아무리「레이더」가 있다해도 오히려「레이더」가 있다는 것으로 해서 만 심하게 될 수도 있다.
더우이 짙은 안개에 깔린 해상이었다. 그러나 한국선원 생존자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그런 큰배를 탄 선원들이 구조작업에 눈감았다는 사실은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젠 해상에서도 SOS는 소용이 없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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