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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안은 채 숨진 아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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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인천=신종수·연국희·양원방 기자】인천시 남구 주안 2동 688 셋집에서 17시간 동안 경찰과 대치한 이종대 (40)는 26일 하오 8시2분 1발의 총소리 (12번째)를 남긴 채 숨을 거두었다.
창문 옆에 몸을 피한 채 마지막까지 이를 설득하던 이의 친구 김영희씨 (인천 대지「타이어」 상회 주인) 는 『종대야 종대야』하며 불러 보았으나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경찰 감식반이 맨 처음 부엌문을 부수고 방안에 들어가자 이의 옆에는 개머리판 없는 「카빈」2정과 실탄 12발이 흩어져 있었다.
피바다가 된 두평 짜리 방안에는 장난감 강아지·곰·자동차가 흩어져 있었고 엄마 옆에 숨져있는 큰아들 태양군 (4)은 가슴에 장난감 「플라스틱」 「기타」를 안고 있었다.
시체들은 모두 천장을 향해 벽 쪽에서부터 작은아들 큰별 군 (2), 부인 황은경씨 (28). 큰아들 태양 군 그리고 범인 이가 가지런히 요 위에 누워있었고 아이들에게는 이불이 반쯤 덮여있었으나 부인 황씨의 얼굴은 수건으로 가려져 있었다.
하오 8시15분 시체는 「앰뷸런스」에 옮겨졌다. 아이들은 흰 남방「샤쓰」에 빨간색과 파란색의 반바지 차림. 들것에 나란히 들려나온 어린 희생자들에게 의료반은 하얀 손수건으로 머리를 받쳐주었다.
부인은 「블루진」 바지에 분홍색 줄무늬가 든「스웨터」차림. 범인 이는 「러닝·샤쓰」에 갈색 줄무늬가 든 바지를 입고 맨발이었다. 경찰은 이가 가족을 살해한 시간을 26일 상오 4시20분, 범인이 총을 연발했을 때 아이들과 부인을 한꺼번에 죽인 것으로 추정했다.
범행 후 이가 맨 처음 주안 집에 돌아온 것은 25일 밤 10시30분. 문을 열어준 집주인 최정병씨 (35·선인중 교사)는 이날 하오 2시쯤 금산으로 피서 간다며 식구를 모두 데리고 나갔다가 돌아오는 것을 약간 이상하게 생각했다는 것.
이때 이는 장남 태양 군을 업고 부인 황은경씨는 2남 큰별 군을 업고 검은색 가방을 들고 들어왔다.
이어 26일 상오 2시30분쯤 이를 추적한 인천 동부 경찰서 문학철 순경 (33)이 먼저 슬그머니 집안으로 들어가고 민병우 형사 등 20여명이 완전 무장한 채 비를 맞으며 달려왔다. 이때 이는 벽을 등에 대고 부인 정씨는 맞은쪽에 앉아 있었으며 두 아이는 방에 누워 자고있었다.
경찰이 이의 집에 포위망을 완전히 편 것은 26일 상오 2시30분쯤. 이는 상오 4시20분쯤 9발의 「카빈」을 발사했다 (경찰은 이때 부인 황씨와 두 아들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 2시간 가량의 여유가 있었으나 대치 상태 이외의 별 손을 쓸 수 없었다.
인천경찰서 정기섭 수사 과장과의 대화에서 이는 범행에 사용했던 차량은 경찰이 차고와 정비 공장을 샅샅이 뒤지는 바람에 서울 마포구 동교동·서교동 부잣집들 담 옆에 자연스레 세워놓았다고 말했다.
「크라운」차 운전사 최덕현씨는 사살한 것이 아니고 전남 순천 부근 철도 고갯길에서 문과 함께 목 졸라 죽였으며 시체를 뒤 「트렁크」에 싣고 산청 검문소를 통과할 때는 검문 경찰관에게 1만2천5백원을 주고 무사히 넘겼다고 말했다.
또 상은 용산 지점·구로동 사건·이정수 사건에 모두 가담했으나 구로동 사건은 자신의 단독 범행으로 강탈한 돈 가운데 10만원을 문에게 주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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