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위반으로 면허 취소된 영 여왕 생질|"왕족이라도 법에 따라야지" 모두 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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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얼마 전엔 시집가기 전의「앤」공주가 그러더니 이번엔 여왕의 생질이 교통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았다. 시속 제한 70「마일」의 도로에서 1백10「마일」의 과속으로 달린 게 유죄. 결국「마이클」공은 벌금 50「파운드」에 3개월간의 면허취소형을 받았다.
5만원쯤 되는 벌금이야 꾸려낸다고 해도 석달 동안 자동차 운전석에는 얼씬도 못하게 되었으니 발목이 묶인 거나 마찬가지여서 과속에 대한 형 치고는 조금 지나친 것 같다.
더구나 현역 육군대위로 기갑연대 교관인 그에게 자동차가 없다면 곤란하다는 이야기고 보면 형벌이 과중하다고 할만하다.
그러나 형을 내린「물링턴」이란 소읍의 치안재판소 판사에겐 이러한 판결이 그리 심할 것도 없었는지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과속을 범한 것이 틀림없는 일인데다가 앞서 두 번이나 같은 전과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골 판사는 피고석에 선 왕족대위에게 다음과 같이 논고하고는 자리를 툭툭 털며 일어섰다는 이야기다. 『전하! 이번엔 벌을 받으셔야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일은 여왕님의 조카가 걸렸다는 사실보다도 당연히 있을법한 주위에서의 이러쿵저러쿵하는 소리를 얻어듣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를테면『쯧쯧…왕족이라는 사람이…』라든지『허허, 그 시골판사, 인물인걸!』하는 소리는 고사하고 관계건 신문가에서건 또는 시정에서조차 도무지 화제 거리가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이상하다』고 말하는 나를 영국인 친구는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눈치였다. 『왕족도 사람이니까 과실을 저지를 수 있고 또 잘못이 있으면 법에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는데는 할말이 없어진다. 교통위반쯤 해도 나 같은 외국인이야 적당히 봐줄 것으로 생각하며 지내오던 터인데 그게 턱도 없는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된 셈이다. <런던=박중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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