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키가 결국 조양호(65) 한진그룹 회장에게 넘겨진다. 남편인 고 조수호 회장을 이어 한진해운을 이끌었던 최은영(52) 회장은 7년여 만에 ‘조타실’을 떠난다. 조양호 회장은 최 회장의 시아주버니다.
한진해운 채권단 관계자는 5일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최 회장이 한진해운 경영권을 포기하고, 한진해운을 대한항공 계열사로 편입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라며 “협의 절차가 남아있지만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6월 완료를 목표로 한 구조조정안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지주회사인 한진해운홀딩스를 둘로 쪼갠 후, 이 가운데 한진해운을 거느리는 법인이 대한항공 계열사가 된다. 한진해운 편입과 함께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을 지원하기 위한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2500억원을 한진해운에 지원한 점을 감안하면 6500억원에 한진해운을 넘겨받는 셈이다. 이미 한진해운 대표에는 대한항공 측 인사인 석태수 전 한진 대표가 내정돼 구조조정을 지휘하고 있다.
한진해운홀딩스 분할 과정에서 최 회장은 한진해운 관련 지분(홀딩스 지분 9.7%)을 모두 내놓게 된다. 대신 최 회장은 3자 물류 사업(제조·구매자 간 물류 연계)과 해운 관련 시스템 개발 업체인 싸이버로지텍, 선박관리회사인 한진SM, 여의도 사옥 등에 대한 지배권은 유지한다.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내던 해운그룹이 5000억원대 물류전문회사로 바뀌는 셈이다.
최 회장은 조수호 회장 별세 후 2007년 3월 한진해운 등기이사가 되면서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그해 12월 회장이 됐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로 물동량이 줄면서 해운 업황이 급격히 나빠져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6801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