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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이 신승한 일본 참의원선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중 수상이 영도하는 일본 자민당은 7일 실시된 참의원(상원)선거에서 간신히 반수 선을 유지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했으나 안정 선에 필요한 개선대상 70석 유지에는 실패, 그 퇴조의 빛을 역력히 드러냈다.
이번 참의원 선거 결과는 최근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제국 어디서나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집권당의 고충을 역력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일본의 참의원 선거는 정권의 담당문제와는 직결되지 않지만, 다음 몇 가지 점에서 우리로서도 큰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사회·공명·민사·공산 등 야당들이 대여공동전선 형성에는 실패했지만, 모두가 과거 20여년 동안 일본을 지배해 온「보수」에「브레이크」를 거는「보수·혁신 역전」으로 선거의 목표를 삼고 있었다는 점이다. 둘째로 이번 선거결과는 작년의「에너지」위기 후 집권 겨우 만2년을 넘긴 전중 수상과 그 내각의 치적에 대한 최초의 국민심판으로 향후의 내정외교에 하나의 지표가 될 것으로 간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끝으로 자민당이 차지하게 된 전체의석 수와는 별개로 이번 선거에서 당내 각파벌이 차지하게 될 의석 수의 재편성 여하는 곧 앞으로 1년 남은 당권경쟁의 향방을 가늠하는데 큰 영향을 주리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여야의 주요선거「이슈」는「광란적」물가고·공해·주택·교통·「과잉」고도성장에 대한 인간소외문제 등 주로 국민복지와 관련된 문제에서 시작했으나 종반에 가서는「자유민주주의의 위기」·전통가치의 방위 등 체제선택문제로 옮겨가는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여촌야도」의 현장이 뚜렷이 나타난 이번 선거결과로 미루어 후자의 체제문제가 지방유권자들의 향배에 영향을 주었을 지는 몰라도 도시에서 여당이 마신 고배는 민생문제에 대한 국민의 전중 정권 비판으로 봐야 할 것이다.
정당별 당선자비율에서 느낄 수 있는 두드러진 특색은 사회·공산당 등「좌익세력」이 크게 진출했다는 점이다. 72년 12월의 중의원(하원)선거 때와 유사한 이러한 혁신세력진출은 사회당과 공산당의 혁신통일전선이나 사·공·민사 3당 연합전선 형성이 설사 실현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원내·외에서 전중 수상의 자민당을 적지 않은 시련에 부닥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결과는 요컨대 전중 수상으로 하여금 그가 집권과 동시에 내건 정치 제1「테마」인 이른바『일본열도개조론』에 입각한 고속도로·대형교량·간선철도건설 등 거대공공투자에 제동을 걸지 않을 수 없게 한 셈이며 물가·공해·주택 등 문제에 주력할 것을 강요하게 될 것이다.
외교정책에 관해서는 미·일 안보체제를 기축으로 친서방 자세에는 큰 변동이 없겠지만 종전이상으로 야당의 눈치를 보아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야당의 구매에 맞는 대외노선을 펴야 하지 않을까도 생각된다.
이번 참의원 선거 전에 나타난 어른조사 결과를 감안한다면 전중 수상의 자민당정권이 반수 선을 유지하게 된 것만도 일단 큰 성공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한 외지의 평대로「닉슨」미대통령의 인기를 부러워 할 세계 유일의 민주국가 지도자는 아마도 전중 수상뿐일 것이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그와 그의 내각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는 낮았었다.
전중 수상은 여당에 대한 비판 표로 이를 얻은 야당세력 때문에 원내·외에서는 물론, 자민당내의 자체 비판 때문에도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보혁역전」의 불발은 일본국민이 전후의 일본을 줄잡아 온 자민·재계의 융합이 낳은 보수체제와 경제성장에 찬표를 던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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