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기분 잡치는 사기 기념사진|나쁜 사진사 아저씨 야단해 주셔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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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수학여행 학생들을 속이는 나쁜 사진사 아저씨를 야단해 주세요. 모처럼 흐뭇해 올라갔던 서울 구경길이 며칠도 안돼 큰 실망을 느꼈어요.』­. 부산 남도여자중학교 2학년 8반 박영숙양(15)등 같은 반 학생 16명은 지난 4월 서울로 수학여행을 왔다가 남산공원 야외음악당에서 사진사에게 한 장에 2백원씩 주고 기념촬영을 했으나 두 달이 훨씬 지나도록 우송해 준다던 사진을 보내주지 않는다고 서울지검에 진정, 이에 따라 4일 관할 서울남대문서가 수사에 나섰다.
박양 등 남도여중학생들은 지난 4월 18일 어렸을 때부터 가보고 싶던 서울에 수학여행 와 19일 하오 남산에서 학우 16명이 기념으로 단체사진을 찍었다는 것.
학생들은 처음 한 장에 50원씩 해주겠다는 사진사의 말을 듣고 사진을 찍었으나 사진을 다 찍고 나자 사진사는 한 장에 2백원씩 모두 3천2백원을 내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기분이 언짢았으나 기왕에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비싼 줄 알면서도 2백원씩 거두어 모두 3천2백원을 사진사에게 주었다는 것.
여행을 끝내고 부산으로 돌아간 학생들은 남산에서 찍은 사진이 우송돼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으나 한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박양 등은 서울에 붙인 진정서에서 『부푼 꿈을 안고 모처럼 서울여행을 가는 다른 학생이나 일반인들이 또다시 우리처럼 나쁜 사진사들에게 속아 기분을 잡치는 일이 없도록 꼭 처벌해 달라. 잘못하는 사람을 지도해야 할 어른의 입장에서 하필이면 배움의 길을 걷고 있는 어린 학생들을 속여서 되느냐』고 쓰고 자신들을 속인 사진사는 완장번호8×에 안경을 끼고 있었다고 또박또박 적어 보냈다.
남산야외음악당·팔각정·장충공원 등지에는 92명의 사진사가 4조로 나뉘어 독점영업을 하고 있는데도 지방학생이나 시골사람들에게 시중보다 몇 배까지의 바가지를 씌우고 우송해 준다는 사진도 보내주지 않는 사례가 많다. 이 같은 피해는 다른 공원이나 고궁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지방사람들이기 때문에 사진 한 장 찾으러 서울까지 다시 올라올 수도 없어 뒤늦게 속은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게 되기가 일쑤.
박양 등이 찍은 명판(5×7「인치」)은 규정가격이 1조 3장에 2백원으로 한 장을 추가할 때마다 30원씩을 더 받게 돼 있는 것으로 박양 등 학생들은 5백90원의 규정 값보다 5배가 넘는 요금을 지불한 셈이다.
서울시는 이들에게 사진사영업권을 줄 때 대중 원판 1조 3장 9백원(더 뽑기 1장 1백50원), 8절 1천8백원(더 뽑기 2백원), 「카메라」명판 1조 3장 2백원(더 뽑기 30원), 중판 (8×10) 3백원(더 뽑기 60원)등 값을 규정해 주고 있으나 봄·가을 수학여행 철이나 농한기 시골사람들이 많이 올라올 땐 (남산의 경우 하루 3천여명) 부르는 게 값.
남산팔각정 주변에서 사진 업을 하고 있는 김모씨(39)는 규정된 값이 72년 5월에 정해진 것이어서 그 동안 물가도 올랐고 「필름」이 달릴 경우 2∼3백원씩 더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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