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상반기「보너스」에 대한 터무니없는 과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현행 소득세제는 물가가 오르면 세 부담이 실질적으로 무겁게 되는 장치를 내장하고 있다. 그 까닭은 물가가 오르면 비록 화폐소득이 약간 오르더라도, 그 상승은 물가상승에 뒤지는 것이 통례이기 때문에 실질소득은 도리어 저하하는 경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득세는 화폐소득의 증대에 대해 누진적인 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그 두드러진 모순이 최근 일부 민간기업체에서 지급한 상반기「보너스」에 대한 터무니없는 과세현상을 통하여 부각된 셈이다.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납세자의 실질세 부담이 무거워지는 이와 같은 모순된 경향은 물가상승세가 심하면 심할수록 더욱 현저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급속히 오를 때는 명목적인 임금소득의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데도 세 부담률은 더욱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임금소득자는 물가상승으로 인한 실질임금의 감소와 명목소득액의 증대로 인한 실질 세 부담의 증대라는 이중의 고통을 겪게 마련이다.
최근 수개월동안 우리 나라의 대다수 근로소득세 부담자들이 겪고있는 고통이 바로 이것인데, 「인플레」가 급속히 진행되면 될수록 세 수입의 자연증수가 이루어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전면적인 세제개혁을 논의한 최근의 세제 심의에서도 이 점에 대해 하등의 개선책을 마련하지 못하였음이 분명하다. 그것은 여전히 현행의 세제와 마찬가지로 물가상승으로 인해 명목소득이 오르는 경우에 대해 세 부담의 증대를 꾀하는 세수증대위주의 세제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에는 납세자의 화폐적 착각을 이용하는 현명치 못한 개혁안이 될 것이다.
세제를 정말 합리적인 것으로 개혁하려는 뜻이 있다면 현행 세제가 내포하고있는 이 같은 모순은 없애도록 해야 마땅한 법이다.
실질적인 소득증대를 수반하지 않는 단순한 명목소득의 증대에 대해 사실상의 세율인상을 가져오게 하는 현행 세제는 실질소득과세의 원리에도 어긋나는, 세수증대 하나만을 위한 부작위적 기교라 할 수 있다. 세제가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근로소득자의 복지향상을 도모하려는 뜻을 가졌다면 이와 같은 사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재정지출 면에서 사회복지관계 지출이 태무한 상태 하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재정지출 면에서 근로소득자를 위한 소득 재분배적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징세 면에서 소득세의 부담증가와 세종간의 불평등화를 결과하지 않도록 세제를 꾸며야하는 것이다. 원리적으로 말해 사회복지비의 지출이 적은 사회에서는 세수 면에서 개인의 재산형성, 특히 중소소득자의 재산형성과 그 실질적인 가치보호를 유도할 필요조차 있는 것이다.
단순한 명목소득의 증대에 대한 세 부담의 실질적 증대를 막는 길은 화폐소득의 증대에 대한 물가상승을 고려에 넣는 「슬라이드」제의 채택이다.
물가「슬라이드」제가 복잡하고 까다롭다면 기준소득에 대한 물가수당을 인정하고 과세하지 않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세제당국이 하려고만 한다면 방법은 문제가 아니요, 당국의 의향만이 문제인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비단 앞으로의 세제개혁에서 반영되어야 할뿐만 아니라, 현행 소득세제가 이미 뚜렷이 노출시키고있는 명목소득증대에 대한 세 부담과 중화 현상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데 대해서도 시급한 해결책이 요청되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치 못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