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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인디오」처녀의 야릇한 눈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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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아마존」강의 어귀인「벨렘」에서 이번엔 남쪽으로 내륙을 꿰뚫어 이 나라의 서울「브라질리아」까지 가는 준비를 하면서 50일간의 「아마존」여행을 되살펴 보았다.
이번 여행을 떠날 때 「아마존」엔 사나운「인디오」들이 많아서 큰 박해를 받거나 살해될 우려까지도 없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도리어 이들의 두터운 사랑을 받으면서 무사히 여행을 마쳤으니 무슨 은총이라도 받은 셈이다.
잠자리와 먹을 것을 베풀어준 여러 곳의 많은 「인디오」들에게 다시금 뜨거운 감사를 드리지만 그 가운데서도 나를 친자식처럼 위해준 「인디오」할머니들의 자비에 대해서는 눈물로써 재배를 드린다. 하룻밤 사이에 맺어진 사랑이 이토록 강렬할 수 있을까. 이 「인디오」모성들의 사랑이 낯선 나라 사람에게까지 미치는 것을 보니 무지한 미개인일수록 사랑이 강렬한 것이 아닐까. 보살이나 「산타·마리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원시 속에 사는 이들이 바로 그의 현신 이었다.
이런 차원 높은 사랑 못지 않게 「인디오」처녀에게서 이성애를 받은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사랑의 기쁨이 아니라 사랑의 슬픔이기 때문에 마음을 어둡게 한다.

<오막살이의 하룻밤>
어떤 오막살이집에서 하룻밤 쉴 때였다. 이 집 따님은 나에게 정염의 눈길을 줄곧 보내온 것이다. 나는 가정을 지닌 몸이라 감히 딴 여성을 사랑할 수 없건만 젖가슴을 드러내고 사는 그녀는 나의 사정을 아랑곳없이 내연하는 연애감정을 누를 길이 없는 듯 불타는 눈으로 나를 연방 바라보았다. 이 「인디오」여성은 어쩌면 내가 가장 동경하는 남성형이기 때문일까.
이렇듯 강렬한 사랑을 거절해야 하는 것은 매우 괴로웠다. 그녀의 사랑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연히 낮선 남자가 와서 마음의 상처를 남기는 것이 무슨 죄의식처럼 느껴지는 것은 웬일일까. 「아마존」의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우주시대라는 현대에 원시시대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원시적인 세계를 두루 다니며 동화되었기 때문일까, 저 장자의 나비의 꿈 이야기와도 같이 내가 살아있는 세계가 고대인지 현대인지 한동안은 분간할 수 없는 이상한 회의에 사로잡혔었다.
내가 여행하기 전에 이「아마존」강을 따라 「정글」을 꿰뚫은 「하이웨이」가 만들어지고 「정글」상공엔 항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긴 하지만 「정글」깊숙이 들어가 보면 아무도 밟지 않은 무구한 처녀지가 펼쳐있어 원시세계를 자아낸다.
여기는 오직 창조자의 직계라 할 대자연의 이 법이 다스리는 영토인 만큼 문화의 최고 형태라 할 종교며 철학도 아무런 값어치가 없을뿐더러 4대 성인이며 그 밖의 위인들이 베푼 어떤 진리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 석가의 유아독존이나, 공자의 인의 사상이나, 「소크라테스」의 「에토스」나, 「그리스도」의 박애사상도 이 태고적과 조금도 다름없는 원시세계에서는 아무런 힘을 나타낼 수 없다는 것이다.

<악인의 도장으로 했으면>
이같이 「아마존」은 위대하니 자기의 사상만이 절대적이라고 광신하며 세계를 생지옥으로 만든 현대의 사상가들이나 정치가들이 꼭 찾아와서 이 자연 속에 도사리고 있는 위대성을 발견하였으면 얼마나 세계가 평화스러워질까. 그리고 세계를 괴롭히는 악인들을 위한 도장으로 만들었으면 얼마나 좋으랴. 「아마존」에서 배운 것이 많지만 특히 원주민인「인디오」들에게서 일찍이 인간에게서 발견하지 못했던 선성을 발견한 것이다. 사람의 본성은 악 하다는 성악설의 순자나, 반대로 선하다는 성선설의 맹자나, 사람은 이기적인 존재라는 「홉즈」나, 선험적인 도덕성을 지니고있다는 「칸트」 또는 사람은 맹목적으로 태어난 존재이니 선도 악도 아니라는「사르트르」등 가지가지 인간관이 있지만 나의 생각엔 인간이란 먼저 세계를 융화시키는 사랑의 본성인 이른바 애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미개척 그대로라야 보람>
세계 최대의 축복이라 할 이 애성이 「아마존」의 원시적인 「인디오」들에게 더욱 풍부하게 깃들여 있다는 것은 놀라왔다. 이것은 어쩌면 이성·덕성보다도 높은 것이 아닐까.
지금「가톨릭」전도회에서는 「인디오」들이 「샤머니즘」을 버리고「가톨릭」으로 개종시키려고 무진 애를 쓰고있고 이 나라 「인디오」보호국은 사회적으로 원조를 하고있으나 이들만이 지닌 그 풍부한 「휴매니티」는 조금도 손상시켜서는 안될 일이다. 따라서 「아마존」은 개척되기보다는 그대로의 원시성을 고스란히 지니도록 하는 것이 도리어 낫지 않을 까도 생각한다. <끝>
이외에도 「이스터」도, 불령「기아나」 「베네수엘라」 및 북「아프리카」몇 나라를 여행했으나 다음으로 미루고 여행기를 일단 여기서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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