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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송길영의 빅데이터, 세상을 읽다

배려하라, 너 또한 늙을지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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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새해 설을 맞으면 어김없이 떡국과 나이를 함께 먹고 시작합니다. 최근 6년간의 40억 건이 넘는 글 속에서 나이듦에 대한 기준을 살펴보니 블로그에서는 ‘중년’이란 표현과 관련된 70대 비중이 9%에 불과합니다. 반면 나이 드신 분들의 글 속에서는 70대가 무려 17%로 2배 가까이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노년’이란 표현도 모든 연령층이 남긴 글 속에서는 60대 분포가 31%로 가장 많습니다. 이에 비해 나이 드신 분들의 글 속에서 60대의 비중은 17% 에 불과하고, 70대의 비중이 25%로 가장 크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60대를 노년의 시작으로 생각하지만, 정작 당사자가 되면 70대는 되어야 노년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70대가 되어도 스스로는 애써 중년이기를 희망한다는 뜻입니다.

 타자에게는 인색하고 본인에게는 너그러운 우리의 모습이 투영되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역지사지가 이렇게나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역지사지가 부족한 사회에서는 배려가 빈곤해집니다. 이는 보통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과 노인의 자살률로 드러납니다.

 한국 노인의 10만 명당 자살률은 불명예스러운 1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4배에 이릅니다. 은퇴 시점 이후인 55세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평균 수명의 종반부까지 가파르게 증가합니다. 자살률 2위인 일본이 55세 이후부터 자살률이 하락하는 것과 비교되는군요. 한국 노인 남성의 경우 한국 여성 자살률의 2배에 이르니 더욱 위험한 성은 역시 남성입니다.

 모든 죽음에는 각기 다른 사정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통계적 이상치(outlier)에 해당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면 우리 사회의 배려에 문제가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노인 자살은 생산의 쓸모가 줄어드는 인간에 대해 우리가 보여주는 태도가 인간(Human)을 재화(Resource)로 바라보는 냉혹한 기업의 시선과 오버랩되게 합니다.

 인간의 존엄은 쓸모에서 출발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타인을 배려하는 것은 공감(empathy)하기 때문이지 동정(sympathy)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상대가 효용이나 자본에서 열위에 있기에 불쌍히 여기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인간이기에 공명(共鳴)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배려하십시오, 당신 또한 늙을지니….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