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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의 62세 감독, 수퍼보울 우승 물벼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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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시애틀 시호크스의 피트 캐럴 감독이 3일 열린 미국프로풋볼(NFL) 덴버 브롱코스와의 결승전을 대승으로 이끈 후 음료수 세리머니를 당하고 있다. [이스트 러더퍼드 신화=뉴시스]

미국프로풋볼(NFL) 제48회 수퍼보울의 주인공은 시애틀 시호크스(seahawks·바다매)였다. 시애틀은 3일(한국시간) 뉴저지주 이스트 러더퍼드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덴버 브롱코스와의 경기에서 43-8 대승을 거뒀다. 바다매들은 창단 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시애틀은 8년 전인 2006년 수퍼보울에 도전했지만 피츠버그 스틸러스에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수퍼보울은 경기가 끝나기 직전 우승팀 선수들이 감독에게 음료수를 통째로 들이붓는 세리머니를 한다. 물벼락을 맞은 시애틀의 피트 캐럴 감독은 올해 62세. 역대 두 번째 최고령 우승 감독이 됐다. 최고령 우승 기록은 2000년 세인트루이스 램스를 정상으로 이끈 딕 버메일(당시 63세)이 갖고 있다. 한때 지도자로 깊은 시련을 겪었던 감독이 지도자 인생의 황혼에, 하위권에 머물던 팀을 우승으로 인도했다.

 샌프란시스코 출신인 그의 성(姓) 캐럴(Carroll)은 라틴어로 ‘왕’을 뜻한다. 그는 퍼시픽대학에서 야구·풋볼·농구 장학생으로 뛰었지만 프로 무대를 밟지는 못했다. 한때 주택용품(지붕 설비) 판매업자로 생계를 꾸리기도 했던 그는 지도자로 입문한 뒤 착실히 커리어를 쌓았다. 90년대 NFL에서 동부 지역의 뉴욕 제츠,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감독을 역임하며 두 팀을 다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서부 사람에게 배타적인 동부 지역 정서에 막혀 해고됐다. 뉴잉글랜드는 캐럴 대신 빌 벨리칙(62)을 사령탑으로 영입한 뒤 다섯 번 수퍼보울에 진출해 세 차례나 우승했다. “캐럴을 내보내길 잘 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실업자가 된 캐럴은 2000년 12월 자존심을 접고 만년 하위팀으로 몰락한 남가주대(USC)에 부임했다. LA타임스는 “USC가 정신 나간 결정을 내렸다”고 비난했다. 남가주대 동창회도 “캐럴이 있으면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캐럴은 입을 닫고 성적으로 증명했다. 2001년 시즌부터 9년간 USC를 이끌며 7년 연속 4대 메이저 보울 진출(6승)과 두 번의 전국 챔피언십을 달성한 뒤 사표를 던졌다. 프로 무대에 재도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2010년 시애틀에 부임한 이후 4년 만에 꿈을 이뤘다. 미국 프로풋볼 사상 대학풋볼(NCAA) 전국 챔피언에 이어 NFL에서도 정상에 선 감독은 그를 포함해 3명뿐이다. 캐럴은 하위권에 처졌던 남가주대와 동네북 신세였던 시애틀을 환골탈태시켰 다.

 ◆빗나간 오바마 스코어=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경기 전 “팽팽한 경기가 될 것이다. 24-21을 예상하지만 어느 팀이 24점을 얻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는 시애틀의 압승으로 끝났다. 상대 실책에 편승해 12초 만에 2점을 얻은 시애틀은 역대 수퍼보울 최단 시간 득점 기록도 세웠다. MVP는 시애틀의 라인배커 맬컴 스미스(25)에게 돌아갔다.

 미국 멤피스 동물원의 ‘점쟁이 판다’로 유명한 레레도 수퍼보울이 열리기 직전 덴버의 깃발을 택하고 뒹굴며 승리를 예측했지만 빗나가고 말았다.

LA중앙일보=봉화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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