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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말헥산」중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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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노르말헥산」중독에 의한 다발성 신경 염이라는 질환이 있다. 전연 생소한 이름의 병이다. 의사들은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구명된 일종의 공해병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사회문제로「클로스·업」된 것이 처음일지도 모른다.
「노르말헥산」은 탄화수소의 하나로 n-Hexane이라고 표기된다. 그 분자식을 보면 C6H14탄소의 결합방식에 있어서 C가 하나인 경우를「메타」, 둘일 때「에탄」, 셋이면「프로마」, 넷일 때「부탄」다섯이면「펜탄」, 여섯일 때「헥산」이라고 한다.
「노르말」은 정상적인 상태에 있는「헥산」을 말한다.「헥산」엔 다섯 가지의 이성 체가 있다. 그 가운데「노르말」은 C가 일직선인 C-C-C-C-C-C식으로 배열되어있다. 무색 투명한 안정된 탄화수소이다. 비점이 낮아 65∼71도C. 따라서 유지 추출용의 중요한 용제로 쓰인다. 바로 고무공장에서도 접착용 제로 이「노르말헥산」을 쓰는가보다. 우선 값이 싸기 때문이다.「핵산」은 석유의 증류과정에서 싼값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다발성 신경염은 그 이름처럼 말초 신경에 평범하게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말초신경은 뇌, 척추, 즉 중추신경과 피부·근육 등 신체의 여러 조직 사이를 연락하고 있는 신경계통이다. 따라서 여기에 장애가 일어나면 팔·다리를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무릎의 마디를 톡 쳐도 아무런 반사를 하지 않는다. 더욱 심해지면 팔이나 다리가 마비되어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몸집·얼굴·인후 등의 근육 마비 증세도 일어난다.
따라서 누운 채로 일어나거나 돌아누울 수도, 없으며 마침내는 음식들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고, 호흡도 곤란해진다. 한편으로는 지각까지도 저하된다. 고통·온도·촉감 따위의 느낌이 둔해지는 것이다. 실로 무서운 병이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로 구명되고 있다. 납(연)·수은 등 금속류에서 일상 사용되는 의료약품·화장품 또는「디프테리아」균의 독소 등에 의해 중독되는 경우이다. 이른바 공해병의 하나인 것이다. 그밖에도 영양장애·「비타민」결핍·당뇨병·암·임신 등의 경우에 합병증세로 나타나는 수도 있다.
최근 화제가 된 어느 고무공장 직공의「포르말헥산」중독 사건은 한 개인의 고통을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그 사후대책에 있어서 책임의 소재가 모호한 느낌이 없지 않다. 그것이 분명「공해」에 의한 것이라면 좀더 적극적인 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다. 기업주는 물론 상국의 감독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너무 소극적인 인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불쾌한 선례가 되기 쉽다.
산업화의 진전은 앞으로 이런 문제에 자주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런 희생 위에 이룩되는「발전」은 한낱 미명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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