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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영의 특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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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단자회사는 돈 장사뿐만 아니라 재무장관의 허가를 얻어 어음「브로커」·증권채무 등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단자회사는 여전히 돈 장사에 머물러 있다. 아직 개척단계이기 때문에 고유의 영역을 확보 못하고 은행영역과 더러 겹치고 있는 것이다.
은행에서 단자회사에 대해 그토록 날카로운 신경을 쏟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은행 정기예금이 단자회사수신으로 빠지고 따라서 단자회사의 업무신장은 은행영역의 감식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확실히 단자회사의 최고경영자는 과거 금융 인들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서울의 문상철, 한양의 하진수, 대한의 박대진, 동양의 박노성, 중앙의 김민호, 영남의 오동수씨 등이 모두 은행장에서 단자회사사장으로 옮겼으며 한국의 이병부 사장은 산은 부총재, 부산의 김종석 사장은 제일은행부장을 지냈다.
단자회사는 은행보다 대우가 후하기 때문에 은행으로부터의 집단이동도 많다.
모 단자회사의 경우 1인당 월평균 지급액은 임원이 56만6천원, 부장 29만8천원, 대리 22만원, 사원 13만1천원 수준이다.
그러나 소수정예주의를 채택, 여신규모가 2백억 원이 넘어도 총 직원은 40명밖에 안 된다. 최고경영진에 전직 금융 인이 압도적인 이상 그 의식구조와 활동영역도 은행의 그것과 크게 떨어질 수 없다. 이들은 과거 은행에서 예금경쟁과 고객유치를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단기금융업에서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 6개 단자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한양(22.1%), 한국(19.2%), 서울(17.7%), 대한(16.0%), 동양(14.8%), 중앙(10.2%)의 순이다. 가장 문을 먼저 열어 단자 업을 개척한 한국 투자는 IFC(국제금융공사)·금융·보험단 등이 투자한 공공적 성격 때문에 실적경쟁에 휩싸이지 않고 『돌다리도 두드리며 걷는다』는 경영을 하고 있는 편이다.
지방에 있는 단자회사는 상대적으로 실적이 크게 떨어지는데 이에서도 대도시의 금융집중을 엿볼 수 있다. 처음엔 단자회사설립을 정부가 계속 권해도 선뜻 나서지 않더니 최근 들어 수지전망이 밝아지자 은근히 신설을 희망하는 기업「그룹」이 많아졌다.
정부의 방침은 원칙적으로 신설을 불허한다는 것이나 지역적 안배 때문에 광주단자의 7월 개점을 허가했다.
부산지방에도 하나 더 신설하자는 움직임이 있으나 기존회사가 은근한 견제를 하고 있다. 단자회사는 IFC·금융단·보험단 공동출자의 한국투자금융과 신탁은 전액 출자의 서울 투자금융, 또 영남대학계의 영남단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기업「그룹」의 영향권 아래 있다.
주요출자 자는 한양이 동양맥주·범양 전용선·한국「나일론」, 대한은 미원·해태제과, 동양은 대우실업, 중앙은 동국제강, 부산은 부산은행과 동명목재 등이며 새로 설립되는 광주단자는 금호「그룹」이 주역이다.
은행소유의 길이 막힌 현재로서는 단자회사가 기업「그룹」의 유용한 자금융통창구로 되고있다.
단자회사의 자금공급이 수요를 못 대기 때문에 단자회사의 대출이 한곳으로 몰리고 고정화되는 경향이 있어 이는 앞으로 단자회사 경영상 하나의 문제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단기금융업 법엔 단자회사대출의 편중을 막기 위해 동일인에게 자기자본의 25%이상을 원칙적으로 못 빌려주게 되어있다.
단자회사는 큰돈은 못 벌지만 손해볼 걱정은 없는 확실한 장사다.
최근 몇몇 회사가 공모를 통해 증자를 했는데 배당률은 향후3년간 1년 만기 정기예금금리수준이상을 보장했다.
앞으로도 자금이 은행을 통해 흡족히 나갈 수 없는 형편인 이상 단기금융업은 계속 뻗어날 좋은 여건에 있다.
그러나 영업실적의 급신과 함께 은행과 보완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을 찾고 그 질적 구조도 다지는 것이 또한 필요할 것 같다. <최우석 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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