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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올랑드, 뒤끝 남은 맥주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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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영국의 129년 된 펍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첫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옥스퍼드셔 로이터=뉴스1]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셔에서 열렸다. 129년 역사를 가진 펍에서 오찬을 함께하는 이벤트도 곁들였다.

 올랑드 대통령이 2012년 5월 취임한 뒤 20개월이 지나서야 이뤄진 회담이었다. 그러나 평가는 부정 일색이다.

 “캐머런·올랑드, 친밀한 의견충돌.”(르피가로)

 “유럽을 두곤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외부공간에 대해선 공감했지만.”(뉴욕타임스)

 두 사람은 옥스퍼드셔주 브리즈 노턴 공군기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차세대 무기 공동개발 등 국방과 에너지·과학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부공간엔 공감했다’는 표현이 나온 이유다.

 그러나 양국의 최대 현안인 유럽연합(EU) 협정 개정론을 두곤 평행선을 달렸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EU의 통합 수준을 높이는데, 영국은 느슨하게 하되 대상을 넓히는 데 관심을 보여 왔다. 캐머런 정부는 특히 EU의 사법·금융·이민 등에 대한 규제 권한을 완화하는 쪽으로 EU협정을 ‘개혁’한 뒤 2017년까지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남을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독일 정부가 유로존 통합을 위해 협정 개정을 통한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터라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기도 하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 같은 접근법에 대해 “영국의 권리”라면서도 “한 나라가 EU 전체를 바꾸는 선례가 생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엔 (EU협정 개정이) 당분간 우선순위가 높은 일도 아니다”고도 했다. 한마디로 협조할 생각이 없단 얘기였다. 캐머런 총리는 이에 “EU는 경쟁력을 더 높이고 대중의 요구를 해결해야 한다”며 “영국은 EU 협정 개정을 통한 이런 변화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국민투표를 2017년 안에 시행한다는 입장과 함께 “나는 영국이 개혁된 EU의 구성원이 되는 쪽으로 투표하길 바란다”고도 했다.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사실 양국은 늘 미묘한 긴장 관계이지만 근래 더 심해진 편이다. 최근엔 영국 언론이 올랑드 대통령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다룬다는 불쾌함까지 중첩됐다.

 ‘머쓱했던’ 기자회견을 뒤로 하고 두 정상은 곧 펍으로 자리를 옮겼다. 맥주를 마시며 친밀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눠보자는 캐머린 총리의 의도였다. 하지만 올랑드 대통령이 주문한 건 프랑스 와인과 냉수였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두 정상이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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