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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는 해외 유전 팔고 … LH·한수원은 사옥 내놓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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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라크 남부의 주바이르·바스라 유전. 이명박(MB) 정부 자원외교의 하나로 2010년 한국가스공사가 60억 달러(약 6조4320억원)를 투자한 곳이다. 계약 당시 연평균 3억50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것으로 봤지만 현재 생산량은 예상치의 0.4%인 연 136만 배럴에 불과하다. 오산에 바탕을 둔 대규모 투자는 고스란히 공사의 빚으로 돌아왔다.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은 MB 정부 5년간 두 배 가까이로(227%→385%) 늘었다. 결국 가스공사는 투자 4년 만에 두 유전의 지분 일부를 팔기로 했다.

 38개 중점관리 대상 공공기관(부채과다 18개, 방만경영 20개)이 2일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경영정상화 계획에는 이처럼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축소하거나 없어도 되는 자산을 매각해 빚을 줄이겠다는 방안이 주로 담겨 있다.

 특히 MB 정부의 핵심 어젠다였던 자원개발·녹색성장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내용이 많다. 한국석유공사는 2009년 1조원을 주고 샀던 캐나다 정유회사 날(NARL)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1986년 캐나다 국영석유회사가 1달러에 팔았던 부실회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한전과 발전자회사들도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시설 투자 시기를 조정해 6조2000억원의 사업비를 아끼기로 했다. 신재생에너지는 지난 정부 때 원전을 대체할 미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았지만 2008년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시장이 크게 침체돼 사업성이 불투명한 상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미착공 사업지구에 대한 민간자본 유치를 통해 총 8조8000억원의 사업비를 줄이기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LH를 비롯해 한전·수자원공사·한국수력원자력은 사옥 매각을 추진한다. 한국철도공사는 용산부지 재매각과 민자역사 지분매각을 통해 부채를 줄인다.

 부채 증가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 과도한 복리후생비도 조이기로 했다. 38개 기관의 올해 복리후생비는 지난해보다 1600억원(22.9%) 적게 책정됐다. 1인당 평균 복리후생비는 484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44만원 줄었다. 한전·한수원은 임금인상분과 성과급의 절반을 반납하고, 한국도로공사는 임원 임금을 깎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개선계획을 충실하게 이행하지 못한 기관장은 9월 중간평가 때 해임을 포함한 강력한 문책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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