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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성폭행에 월급까지 슬쩍 … 화성판 '도가니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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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정신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복지시설 설립자가 장애 여성의 임금을 빼돌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화성시와 수원시에서 장애인·노인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조모(57)씨 얘기다. 경기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와 공공기관인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가 제보를 바탕으로 조사해 밝혀냈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조씨와 부인 홍모(55·불구속 입건)씨는 2004년 2월 화성시에 노인요양보호시설을 세웠다. 그해 11월에는 수원시에 정신장애 여성 복지시설을 추가 설립했다. 이들 부부는 2008~2009년 수원 시설에서 생활하던 정신장애 여성 5명에게 노인 수발을 드는 ‘요양보조사’ 자격증을 따도록 했다. 시험 없이 교육만 마치면 자격증이 나왔다. 이렇게 정신장애 2~3급인 40대 최모·임모씨와 50대 심모·정모·이모(59)씨가 요양보조사가 됐다.

 조씨 부부는 이들을 자신들이 세운 화성시 노인요양시설에서 일하도록 했다. 간호사였다가 정신장애 3급 판정을 받고 조씨 부부 시설에 들어온 김모씨 또한 정상인 것처럼 꾸며 간호사로 채용했다.

 간호사와 요양보조사 6명의 급여 통장은 모두 개인 명의로 만들었다. 그러나 관리는 조씨 부부가 했다. 급여에선 “식사·간식·속옷을 시설에서 사줬다”는 등 온갖 명목으로 돈이 떨어져 나갔다. 그러고도 돈이 남았으나 한 푼도 주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수백만~수천만원이 쌓이자 조씨 부부는 돈을 자신들 명의의 다른 통장에 넣었다. 조씨 부부는 경찰에서 “임금을 착복한 게 아니라 이자가 높은 통장으로 옮겨 불린 뒤 돌려주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들은 경찰이 “횡령으로 사법처리할 수 있다”고 통고하자 장애 여성들에게 남은 돈을 돌려줬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일단 임금 착복과 관련한 횡령 부분 수사를 접은 상태다.

 정신장애 요양보조사들은 조씨 부부 시설에서 낮에 12시간 가까이 일하고 밤에 또 일했다. 야간 근무자가 따로 있었으나 허위였다. 조씨 부부가 두 딸 이름을 야간 근무자로 올려만 놓고 이를 이용해 국고 보조금 1억1000만원을 타냈다. 그러나 정작 두 딸은 일을 하지 않아 장애인 요양보조사들이 밤에도 일해야 했다. 이 같은 사실은 화성 노인요양보호시설에서 정신장애 여성들과 함께 일하던 여성 A씨가 장애인권센터에 제보하고, 센터와 경찰이 조사에 나서면서 알려졌다. 조사에 따르면 조씨 부부는 장애 요양보조사들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며 손찌검을 하기도 했다.

 A씨는 성폭행 내용 또한 제보했다. 간호사·요양보조사를 포함해 정신장애인 시설에 있던 30~40대 여성 4명을 조씨가 상습적으로 성폭행·성추행했다는 것이다. 조씨는 아내 홍씨가 없을 때 이들을 주로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건물 창고와 태양열발전소 보일러실 등에서도 성폭행이 이뤄진 것으로 인권센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 사건이 ‘화성판 도가니’라 불리는 이유다. 증언에 따르면 조씨는 성폭행당한 여성들에게 “외부에 말해봤자 정신장애인 말을 믿어줄 사람들은 없다. 발설하면 정신병원에 보내버리겠다”고 했다.

 조씨는 경찰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피해를 봤다고 제보자가 밝힌 여성 4명 가운데 2명이 경찰에서 성폭행 사실을 진술해 조씨는 지난달 27일 구속됐다. 부인 홍씨와 두 딸은 허위로 야간 근무자 이름을 올려 국가 보조금 1억1000만원을 가로채는 데 공모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화성=윤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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