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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도 어려운데…" 전쟁 불똥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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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되나." "전쟁이 오래 끌면 기름값이 급등할텐데."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간 18일 시민들은 궁금증과 우려 속에 이번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시민단체들의 의견은 전쟁과 파병 반대를 외치는 쪽과 적극적으로 미국을 지원하자는 주장으로 갈렸다. 하지만 우리 경제에 미칠 여파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인천국제공항 등은 만약에 있을 안전사고나 테러에 대비해 비상대책을 마련했다.

◇경제.물가 우려=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가뜩이나 좋지 않은 우리 경제가 더욱 나빠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주부 박순희(55)씨는 "물가가 많이 올라 시장에도 못 가고 있다"며 "기름값 아끼려고 거실로 통하는 보일러 밸브도 잠갔다"고 말했다. 항공기조종훈련생인 이창현(27)씨는 "유가가 오르면 항공사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훈련생 인원이 감축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하루하루가 편치 않다"고 말했다.

선박회사인 범양상선에선 직원들이 전쟁의 여파를 놓고 저울질이 한창이었다. 연료팀 김희윤(30)씨는 "단기적으로 원료구매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지만 전쟁이 빨리 끝난다면 문제될 건 없다"고 말하자, 운항팀 이강엽(31)씨는 "오히려 걸프지역으로 운항하는 배의 보험료가 크게 상승해 비용면에서 상당한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외환은행 외환담당 서희경(28)씨는 "지난주부터 달러를 찾거나 유학 중인 자녀에게 미리 송금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며 "심지어 전쟁이 나면 어디로든 나간다고 여러 나라의 통화로 바꿔가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공항 비상 대책=대한항공은 18일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함에 따라 이집트 카이로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경유하는 KE-951편의 항로를 이라크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우회항로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KE-951편은 이라크 남부 국경선에서 약 2백㎞ 떨어진 지역을 통과하던 기존 항로보다 남쪽으로 1백60㎞ 가량 이동된 지역을 통과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화재 및 화생방 상황 발생에 대비해 특별대책반을 구성해 긴급 피난, 구난, 구호체계를 확립하는 등 현장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안전 및 대 테러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평소 3개소만 운영하던 외곽 망루초소를 9개소로 늘리기로 했으며, 여객터미널 순찰인력도 12개소 24명에서 17개소 34명으로 증원했다.

◇찬반 목소리 엇갈려=서울 종로구 청와대 입구에선 반전 기자회견과 1인시위가 하루종일 이어졌다.

참여연대와 환경운동연합 등 7백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은 "정부가 부도덕한 전쟁을 지지하는 대가로 한반도 평화를 얻으려 한다"며 "이라크전 지지 및 파병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논평을 내고 "동맹국들과 적극적으로 군사.경제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는 과거처럼 생색내기 수준이 아닌 좀더 실질적인 차원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박동호(61)씨도 "상황을 질질 끄느니 빨리 결론을 내는 게 낫다"며 "미국은 우리의 우방이니까 당연히 파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정훈.고란.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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