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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떠나자] 니가타 스키&온천&청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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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꽃소식이 겨울을 밀어내고 있다. 그러나 바다 건너 일본의 니가타(新渴)는 아직도 순백의 겨울이다. 지나가는 계절이 아쉽다면 비행기로 2시간이면 넉넉하게 찾아갈 수 있는 니가타를 가보라. 쉼없이 내리는 함박눈은 까만 밤마저 하얗게 그려낸다. 이국적 풍경은 바삐 사는 도시인의 피로를 달래기에 충분하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니 설국이었다'.

196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설국(雪國)'의 첫 문장이다. 소설의 무대이자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1899~1972)가 머물며 집필한 곳이 바로 니가타 남부 산간지방이다.

니가타는 아직도 겨울이다. 그리고 눈(雪)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노벨상을 받은 후 '설국'이란 말은 일본의 겨울풍경을 표현하는 대명사가 됐다. 일본에서 눈이 가장 많이 오는 곳은 지난달 동계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아오모리(靑森)나 최북단의 홋카이도(北海道)가 아니라 바로 니가타다. 동해를 건너온 습한 바람은 니가타를 가로지르는 2천m급 에치고(越後)산맥에 가로막혀 엄청난 양의 눈을 토해낸다.

사람 키를 넘는 눈 벽이 쌓여 있고 일반주택은 눈에 묻힐 것을 대비해 밖으로 통하는 비상문을 2층에 설치해 놓았다. 그렇다고 도심이 교통대란에 시달리고 산골이 고립되는 일은 없다. 제설차가 하루에도 몇번씩 쌓인 눈을 치우고 마을 도로에 설치된 스프링클러에서는 지하수가 흘러나와 바로 눈을 녹인다.

산이 높고 눈이 많은 니가타엔 설질(雪質)이 좋은 스키장이 잘 발달해 있다. 연평균 3m가 넘게 눈이 내리는 스키장이 76개나 산재해 있어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다. 니가타시에서 남쪽으로 버스를 타고 2시간 달리면 유자와(湯澤)지역에 나에바(苗場)스키장이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이 스키장에는 세계에서 가장 긴(5.5km) 곤도라가 있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20여분간 산을 오르며 내려다보는 경치는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연간 8백만명이 이용하는 대규모 스키장이지만 슬로프가 워낙 넓어 언제나 여유롭다.

니가타는 '물의 도시'다. 넓은 평야를 가로질러 흐르는 좋은 물은 동양에서 가장 맛있는 쌀로 평가받는 '고시히라키'를 생산해 낸다. 드넓은 동해에서는 싱싱한 해산물을 풍부하게 잡는다.

시내 중심부 후루마치(古町)의 뒷골목으로 발길을 돌리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다. 특히 유명한 '나베자야(鍋茶屋)'에서는 향토요리를 먹으며 구슬피 흐르는 사미센(三味線)가락에 맞춰 전통춤을 추는 게이샤(藝者)의 춤사위를 감상할 수 있다.

쌀 좋고 물 좋으면 당연히 술 맛 또한 일품.일본 열도에서 알아주는 니가타의 대표주 '고시노간빠이(越の寒梅)'를 비롯해 현(縣)내 1백여개 양조장에서 저마다 자존심을 내건 특색있는 청주를 생산한다. 니가타의 술맛을 일본사람들은 '단네 가라구치(淡麗辛口)'라고 하는데 첫맛은 깨끗하고 뒷맛은 삽살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비록 비싸기는 하지만 로텐부로(露天湯)을 갖춘 료칸(旅館)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로 남는다. 니가타 남부 무이카마치(六日町) 산자락에 위치한 고즈넉한 온천여관 '류공(龍言)'은 2인 1실기준 1인당 23만~45만원(조.석식 포함).

입실하면 저녁 식사전에 즉석 찹쌀떡을 만들어준다. 마당에 둘러앉아 떡메치는 모습을 감상한 후에 먹는 찹쌀떡도 따끈하고 맛있지만 풀먹인 유카타로 갈아입고 맛보는 요리 또한 일품이다. 눈내리는 밤 로텐부로에서 몸을 덥히고 다다미 방에 앉아 청주를 마시다보면 일본 전통의 멋을 느끼게 된다.

니가타=강정현 기자

*** 여행쪽지

대한항공(1588-2001) (www.koreanair.co.kr) 직항편이 인천공항에서 월.목.금.일요일(오후 5시)과 수요일(오전 11시10분) 출발한다. 나에바 스키장은 니카타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40분 달려 유자와역에 내린 후 기차 시간에 맞춰 수시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스키장에는 1천8백실을 갖춘 나에바 프린스 호텔이 있으며 온천과 각종부대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설국을 집필한 방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여관 다카항(高半)과 북방문화박물관이 인근에 있다. 박물관은 대지주 이토 가문의 집으로 도쿄 돔이 들어갈만큼 넓은 저택이다. 맨발로 다다미를 걸으며 구경하다 보면 발이 시리기 때문에 중간에 발을 녹이는 휴게방도 있다. 니가타현 서울사무소(02-773-3161) (www.niigata.or.kr)를 통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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