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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구급차가 전용차? … 1년에 144회나 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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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북 포항시의 김모(70)씨는 지난해 1년간 매주 월·수·금 오전 6시쯤이면 거의 빼놓지 않고 119에 전화했다. “몹시 아프니 빨리 와달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때마다 119는 출동해 김씨를 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김씨가 지난해 119구급차를 이용한 횟수는 144번에 이르렀다.

 그러나 김씨는 응급 상황에서 119를 부른 것이 아니었다. 당뇨병을 앓아 혈액투석 등을 하러 정기적으로 병원에 갈 때마다 119를 눌렀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경북소방본부가 지난해 20회 이상 119구급차를 이용한 주민들을 조사한 결과 드러났다.

 119구급차는 김씨 1명을 위해 144차례 출동하면서 총 1440㎞를 뛰었다. 고속도로를 따라 서울~부산을 대략 두 번 왕복하는 거리다. 소방본부는 차량 연료비와 인건비 등을 모두 포함해 김씨에게 든 돈이 출동 1회당 3만원씩, 총 432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119는 돈을 받지 않기에 김씨는 한 푼도 치르지 않았다.

 김씨 말고도 지난해 경북도에서 119구급차를 20회 이상 부른 이는 2명이 더 있다. 27번 이용한 경주시의 손모(55)씨와 22번 탑승한 칠곡군의 윤모(56)씨다. 소방본부 조사에서 손씨는 그냥 일반 진료차 병원에 가면서 119를 이용했고, 윤씨는 술에 취하면 상습적으로 파출소를 찾아가 “아프다”고 해서는 구급차를 불러 타고 갔다. 강철수 경북소방본부장은 “지난해 경북도 119구급차는 하루 평균 331건 출동해 6분당 1명을 병원에 옮겼다”며 “이렇게 빡빡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주민이 119를 부르면 정작 급한 환자를 이송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북소방본부는 119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사례를 모아 경북도에 보냈다. 경북도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정상화의 정상화’ 정책에 발맞춰 ‘생활 속의 비정상’ 사례를 수집한 데 따른 것이다. 경북도는 소방본부를 포함해 당장 바로잡아야 할 80개 사례를 선정했다.

농산물 유통업자들이 농민에게 포기당 300원에 배추를 사서는 인근 대형 도매시장에 두 배가 넘는 800원에 파는 것 등이 꼽혔다. 이 배추는 모두 중간도매인과 소매상 등을 거쳐 서울 소비자에게 1400원에 팔렸다. 소비자가의 20% 정도만 농민 손에 돌아간 것이다.

대구=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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