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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교포의 차별적 취업조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일본의 세계적인 대 「메이커」인「히다찌」제작소가 지난 연말 한 재일 한국인이 입사시험에 합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의 채용을 거부하였다는 것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여신도회는 이미 지난 4월 중순 일본기업의 민족차별에 항의하여「히다찌」제품 불매운동에 앞장을 서서 주목을 끈 바 있었다.
장로회여신도회의 이러한「이니셔티브」는 초 교파단체로서 전국에 1백50만명의 회원을 안고 있는 한국교회여성연합회에서 이를 지지하고 나섬으로써 이제 전국적으로 확대될 기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국내의 움직임에 대하여 일본의「히다찌」제작소는 한국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고용을 거부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설득력이 있어 뵈지 않는다. 오히려 동경으로부터의 또 다른 보도는「히다찌」제작소의 민족차별사실을 더욱 입증하는 새로운 자료를 제시해 주고 있다.
일본에 있는『박종석군을 지원하는 모임』이 폭로한 바에 의하면「히다찌」제작소는 사내인사담당자연수회에서 국적이 다른 자는『적극적으로는 채용치 않는다』는 방침이 내규로 정해지고 있음을 스스로 교육까지 했다는 것이다.
물론 재일 한국인 박 군의 고용거부문제는 현재「요꼬하마」지방법원에 계류 중에 있으므로 그 곡직은 일본의 법원이 밝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설혹 박 군의 고용거부문제가 입사시험에 필요한 가족등록사본의 추가제출이라는 법률적인 차원에서 단락이 지어진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박 군의 문제와 이에 대한 한국 민의 반응 속에는 그동안 한-일 관계의 저류에 누적된 착잡한 국민감정이 입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뿐더러 문제의「히다찌·그룹」이 전세계의 시장을 누비는 일본최대기업의 하나가 아니라, 이름 없는 중소기업이었다 한들 박군의 고용거부는 이렇게 심각한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더욱이 그 진위는 알 바 없어도 같은「히다찌」제작소가 서울의 지하철을 달리게 될 전동차를 일본국내가격보다 곱절이나 비싼 값으로 한국에 팔아 넘겼다는 풍설이 일본의회에서까지 논란된 사실이 없었다한들, 이번 박 군의 문제는 불행한「에피소드」로 간과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 일본에서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히다찌·그룹」의 기업경영형태는 곧 오늘의 일본을 지도하고 상징하는「엘리트」집단의 그것을 반영한다고 해서 크게 빗나간 말이 아니라 생각된다. 그 경영 행 태란 한마디로 해서 재일 한국인이『일본 국의 사회질서 하에서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양국간 및 양국국민간의 우호관계 증진에 기여함을 인정한다』고 했던 한-일 조약의 기본정신을 완전히 사문 화 한 것이라 해서 지나친 말이 아니다.
세상이 다 아는 바와 같이 오늘의 일본은 서독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고민하고 있다. 이처럼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서 서독은 2백만 명이 넘는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오고 있다. 그러나 많은 실업자를 안고 허덕이고 있는 일본은 한국이나「필리핀」과 같은「아시아」근린제국에 대해서 계속해서 노동시장의 문지방을 높이고 있다. 이같은 폐쇄주의가 과연 일본의 참된 번영을 위한 길이겠는가. 일본의 대기업들은 일본정부와 함께 그 뒷머리에서부터 참된 아시아의 제국과의 선린·우호를 위해서 사고의 대전환을 해야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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