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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하의 요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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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입하가 지났으니 이제는 여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을해는 봄이 있었던 것 같지가 앓다.
살구꽃· 모란꽃· 두견화· 박꽃·할미꽃…아무것도 본 기억이 없다. 개나리도 본 사람이 별로 없다.그러고 보니 춰·상치·그 비·고사리· 두릅· 도라지 등 산채의 선물을 먹어본 기억도 없다.
어느 사이 엔가 봄은 가고 여륨이 왔다. 시골 사과 발에는 이제 횐 꽃이 만발 일게다. 『떡갈잎 퍼질 때에 뻐꾹새 자조 울고,보리이삭 패어나니 꾀끌 소리난다…』 (농가월령가 봉선화도 한참일게라, 그리고 또 젤레꽃도 그러나 말이 여름이지 5윌은 아직은 여름 이라기엔 모든게 너무나도 그지 싱그럽기만한 때다.「셰익스피어) 도 『기운은 5윌처럼 왕성하고 여름의 태양처럼 늠름하고…』 라고 『헨리4세』에서 노래했다.
아닌게 아니라 초폐의 태양처럼 화사하고 아름다운 것도 드물다. 「셰익스피어」 의 시상을 빌지 않더라도 그것은 『황금의 의상 처렴 번쩍이고 철없는 양처럼 변덕스럽다.』
그러나 영국의 5월과 우리네5월과는 다르다.영국에서는 5월에 봄이 한창이다. 음산한 하늘의 회색이 걷히고 꽃과 태양이 가장 아름다운 때가 5월이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시을의 5월과 서울의 5월은 다르다. 다르다고 봐야 옮을 것이다.
서울의 5월은 그저 살풍경하기만 하다.넓게 자리잡은 호화로운 양옥집의 정원에선 꽃들이 봉 오리져 있으며 것이다. 그러나 키를 넘게 둘러싸인 담 때문에 아무도 보지는 못한다
그래도 햇빛은 마냥 밝기만하다.한동안 찌푸럭 거리더니 이제는 헤프도록 웃음만 마구 뿌리며 있다.
그러나 그 웃음이 그저 잔인하게만 여겨지는 까닭은 무엇일까?그 너무나도 아름답기에 오히려 비 이적이라고 여겨지는 탓일까? 아무리 하늘이 철소를 뿌려도 포도 위의 풍경에는 별로 아름다운 게 보이지 않는다. 흐뭇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거리의 사람들은 그저 더위를 느낄 뿐이다.벌써부터 앞으론 더위를 걱정하는 성급한 사람들도 있다.
은 세계를 괴롭히는 이상기온이 을 여름엔 무슨 변을 또 일으킬지 걱정할 만도 할 것이다.
아무리 더위가 심해도 견딜 수만 있다면 걱정할 것은 없다.그러나 쉽게 더위를 견딜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은 것이다.
우선 기가 귀한 것이다.더위를 이기는 데는 단백질이 제일이다.서양사람이 우리네 보다 더위를 잘 이겨내는 것은 평소부터 고기를 많이 먹기 때문이다.쇠고기 사먹기가 어려운 우리네는 그저 두부라도 많이 먹어야 할 것이다.그리고 두부에는 역시 소주만이 어울린다.소주가 재일 많이 말리는 것도 이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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