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달 17일 이산상봉 … 난방 되는 금강산호텔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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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대한적십자사는 27일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다음달 17~22일 금강산에서 갖자”고 북한에 제의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판문점 연락관 직통전화로 이 같은 내용을 알리면서 “상봉행사와 관련한 협의를 위해 적십자 실무접촉을 29일 판문점 통일각(북측 지역 회의시설)에서 개최하자”고 통지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북측이 이산상봉에 호응해온 데 대해 환영의 뜻도 전달했다”며 “이번 이산가족 상봉이 원활하게 진행돼 남북관계에 새로운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리 제안에 대해 북측은 판문점 업무 마감시간인 오후 4시까지도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았다. 북측이 통상 남측이 제안한 회담이나 접촉날짜 직전에 답을 보내왔다는 점에서 28일 오후까지는 입장을 밝혀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결과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회견에서 제안하고 북한이 24일 수용의사를 밝힌 ‘설 명절(31일) 계기 이산상봉’의 성사 여부가 판가름나게 됐다.

 가능한 이른 시일 내 상봉행사 개최를 추진해온 정부는 다음달 17일을 택일했다. 다음달 24일부터는 한·미 합동 군사연습이 예정돼 있어 그 이전에 상봉을 마치겠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2월 16일이 2011년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라 이를 피하려 한 점도 눈에 띈다. 북한도 ‘설 계기 상봉’을 강조한 만큼 더 늦춰져선 곤란하다는 게 우리 당국의 판단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연초부터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산상봉 실행 없이는 남측 호응을 받기 힘들다”며 “북측도 상봉을 미루는 게 능사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6차 이산상봉의 경우 한겨울인 2월 20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렸던 전례가 있는 만큼 계절 탓을 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고령 이산가족들의 편의를 위해 금강산 현지 이산가족 면회소와 숙소의 난방 문제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김의도 대변인은 “난방에 문제가 없는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이 숙소로 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해 추석상봉 추진 때 오랜 기간 가동하지 않아 노후해진 해금강호텔(선상 호텔)을 제시해 남측과 갈등을 빚었다. 당국자는 “다음달 상봉이 성사되면 3년4개월 만에 북한이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호응하는 셈”이라며 “북한이 실향민의 아픔을 헤아려 조속히 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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