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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기록 삭제 '디지털 세탁소', 4050 미시족 겨냥 '꽃누나 아이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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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직장인 최모(30)씨는 얼마 전 우연히 인터넷에 옛 남자친구와의 스킨십 동영상이 떠돌아다니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옛 남자친구로부터 “몇 년 전 휴대전화를 잃어버렸을 때 유출된 것 같다”는 해명을 들었지만 이미 수십 군데 사이트에 퍼져나가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최씨는 개인기록 삭제를 대행하는 ‘디지털 세탁소’에 돈을 내고 삭제서비스를 신청했다.

 디지털 세탁소는 최씨와 같은 ‘과거 지우개족’이 늘면서 새로 떠오른 업종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개인정보침해 상담 건수는 2010년 5만4832건에서 지난해 17만7736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 악성 댓글을 영원히 없애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

 통계청은 27일 이처럼 올해 새로운 소비자 집단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6대 블루슈머(▶과거 지우개족 ▶꽃보다 누나 ▶견우와 직녀 ▶반려족 ▶배려소비자 ▶스몰웨딩족)를 공개했다. 블루슈머란 블루오션(경쟁 없는 시장)과 컨슈머(소비자)의 합성어다. 통계청이 기업과 창업준비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2007년부터 발표하고 있다.

 아줌마를 거부하고 20·30대처럼 자신을 꾸미고 싶어 하는 40·50대 여성(꽃보다 누나)도 많아지고 있다. 2012년 연령대별 소득증가율(전년 대비)을 보면 40대(6.7%), 50대(8.5%)의 소비증가폭이 20·30대(2.9%)의 두 배를 넘는다. ‘골드퀸’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경기침체 속에서도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 때문에 패션·화장품은 물론 건강기능식품 중에도 이들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 늘고 있다.

 세종정부청사 개막과 공공기관 혁신도시 이전으로 주말부부를 뜻하는 ‘견우와 직녀’도 새로운 소비 아이콘이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부부의 10%가 각각 다른 지역에 살고 있다. 10년 전인 2000년(5.9%)보다 배 가까이로 늘어난 수치다. 혼자 사는 남편이 세탁 걱정을 덜 수 있는 의류관리기가 많이 팔리거나 국·반찬 배달서비스가 유망 업종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이 밖에 반려동물을 기르는 1인 가구를 의미하는 반려족, 재활용·환경보존제품을 선호하는 배려소비자, 겉치레를 빼 결혼비용을 줄이는 스몰웨딩족이 올해를 주도할 블루슈머다.

세종=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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