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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로 수사진전 체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박대리는 지난9일 하오10시쯤 김양에게 옷가지등을 챙기게하고 자기양복 1벌도 김양의「백」속에 넣은 뒤 「택시」로 인천을 떠나 이날밤 11시30분쯤 미리 빼낸 돈으로 사들여 공범 조규석씨에게 관리시키고있는 서울성북동56의3 양옥집에 도착했다.
이때 이들의 수중에는 현금 3만여원이 있었을 뿐 횡령한돈은 모두 조씨에게 빼돌려 놓았었다.
이에앞서 박대리는 지난8일밤 인천농협기획실에들어가 「캐비닛」속에있는 자기재정보증서를 빼내 불태우고 다시 9일밤 9시쯤 직원들이 퇴근한 틈을타 주안예금취급소의 전표와 원장등 횡령한 돈에 관계된 서류를 찾아내 모두 불태웠다.
박씨는 당초4월20일 토요일에 도주할 계획이었으나 은행감사가 착수되자 예정을 앞당겼다고 자백했다.
조씨집에 도착한 이들은 이날부터 2층방에 숨어 낮에는 월간잡지·신문등을 읽고 시간마다「라디오」를 듣고 수사진전상황을「체크」했으며 밤10시 TV 뉴스」를 반드시 시청한뒤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는 8시쯤 일어나 아래층에서 조씨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때로는 단둘이 2층에서 밥상을 받았다. 11일 상오에는 경찰수사를 어지럽히기 위해 인천농협송림예금취급소장 조규복씨와 인천농협조합장 신영호씨 및 김양의 친구 이모양에게 보내는 3통의 편지를써 우표까지 붙인 뒤 길씨에게 맡겨 부산까지 가서 붙이고 오게 했다.
이들은 지난14일 박씨의 40회 생일(실제나이는 40세나 호적나이는 37세임)을 맞아 김양과 밤늦도록 맥주를 마시며 자축연을 벌이기도 했다.
박씨는 김양과 불안한 장래얘기를 나누다가 붙들고 울기까지 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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