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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고속도로' 설이 고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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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봉쇄망이 맥없이 무너졌다. 오리에 이어 닭에서 고병원성 AI가 발병하고 감염 지역도 남북으로 넓어지고 있다. 정부는 충청(대전·세종 포함)·경기 지역에 스탠드스틸(Standstill·일시이동중지)을 다시 발동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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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충남 부여군 홍산면 종계 농가의 닭들이 고병원성 AI에 걸린 것으로 전날 확인됐다. 16일 전북 고창의 오리 농장에서 시작된 AI 감염이 닭으로 확산된 것이다. 농식품부는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이 농가 반경 3㎞ 안에 있는 닭 11만8000마리를 모두 살처분하기로 했다. 전국에서 사육되고 있는 닭은 1억5000만 마리로, 오리(1100만)에 비해 10배 이상 많다.

 감염 지역도 전북에서 전국으로 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남 해남군 송지면의 오리 농가에서도 고병원성 AI 발생이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27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 동안 충청·경기 지역에 스탠드스틸을 발동키로 했다. 스탠드스틸은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호남 지역에 발동됐었다. 여인홍 농식품부 차관은 “의심신고가 새로 들어오는 지역과 기존 발생지역사이에 역학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AI가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설 연휴 이전에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스탠드스틸을 재발동하는 것만으로 AI가 진정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별로 없다. 닭은 전염병을 퍼뜨리는 속도가 다른 가금류에 비해 빠르다. 일정 지역에서 사육되는 마리 수가 다른 종류에 비해 많은 것이 이유로 추정되고 있다.

 원인도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철새가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국내 농가에서 처음 발병했을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송창선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바이러스 발원지를 확인하려면 몇 달씩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 철새가 바이러스를 퍼뜨렸다고 해도, 사육 농가의 오리가 감염됐다는 것은 차단 방역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죽은 철새에 대한 AI 의심 신고는 계속 접수되고 있다. 25일까지 접수된 철새 폐사 신고는 전국에서 49건이다. 지난 주말엔 서울 석촌호수 일대에서 죽은 오리와 까치를 발견한 주민들이 AI 검사를 의뢰했다. 25일엔 경기도 화성 시화호에서 채취한 새의 분변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도시에 사는 까치가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서울시도 26일 서울대공원과 어린이대공원의 조류사 관람을 금지시켰다.

 한편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해 “귀성객들이 AI 우려 지역 출입을 자제하도록 적극 권고하라” 고 지시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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