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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후보 또 50대 남성, 서울대 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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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양승태 대법원장의 선택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다음 대법관 후보로 50대에 고위 법관 출신인 조희대(57·사법연수원 13기·사진) 대구지법원장을 임명해 달라고 25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조 후보자는 3월 3일 퇴임하는 차한성(60) 대법관의 고교(경북고)·대학(서울대 법대) 후배이기도 하다. 후배에게 선배 자리가 그대로 계승된 모양새가 됐다.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26일 “차 대법관이 3월 초 퇴임하는데 설 연휴가 낀 데다 국회 청문회 등에 걸리는 시간(법정처리기한 20일)을 감안해 휴일에 임명제청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 국회에 임명 동의를 요청하면 국회는 청문회 등의 절차를 진행한다. 재산 상황과 판결 성향 등으로 볼 때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법원 측은 예상하고 있다.

 조 후보자는 이날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임명제청만 됐을 뿐 갈 길이 멀다”며 “청문회를 마치고 보자”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조 후보자가 임명되면 대법관 14명(양 대법원장 포함) 중 학자 출신 양창수 대법관을 제외한 13명이 고위 법관 출신으로 채워진다. 양 대법관도 오는 9월 퇴임한다. 여성은 박보영·김소영 대법관 2명뿐이다. 나머지는 50대 후반의 남성이다. 박보영(한양대)·김창석(고려대) 대법관을 빼곤 모두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것도 특징이다.

 양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임명제청한 6명의 대법관중 5명을 현역 고위법관 가운데 골랐다. “상고심 사건이 많아 업무의 효율성 측면에서 엘리트 법관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변호사업계와 검찰 등으로부터는 “다양한 직역과 계층의 목소리를 수렴해야 하는 대법원이 법관 순혈주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안대희 전 대법관 이후 없어진 ‘검찰 몫’을 찾기 위해 정병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카드를 들이밀었으나 이번엔 통하지 않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재화 변호사는 “우리 사회가 다양한 의견과 가치관이 공존하는 다원사회로 바뀌었다”며 “대법원만 이런 현실을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희대 후보자는 누구=정통 TK(대구·경북) 출신이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거쳤다. 판결은 엄정하게 내리지만 무죄추정원칙을 지키는 중도적 성향으로 분류된다. 2003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 부동산실명제에 반하는 명의신탁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를 정면 비판하며 “명의신탁은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무효”라는 소신 판결을 내놨다. 부인 박은숙(55) 여사와 슬하에 1남2녀. 지난해 3월 재산공개 당시 경기 성남의 아파트(153.25㎡, 7억7300만원)를 포함해 9억589만원을 신고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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