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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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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3년여 만에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주말 북한이 남측의 이산가족 상봉 제의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전해 왔고, 정부도 이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한 구체적 입장과 실무협의 방법 등을 담은 전통문을 오늘 중 북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남북 간 실무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돼 가급적 이른 시일 내 상봉이 이루어지기를 고대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설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자고 북측에 제안했다. 2~3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을 문제 삼아 이를 거부했던 북한이 입장을 바꾼 것은 긍정적이다. 상봉 시기를 남측에 일임하는 등 전향적 자세를 보인 점도 고무적이다. 최근 북한이 열을 올리고 있는 대남(對南) 평화공세와 무관치 않아 보이지만, 그렇더라도 환영할 일이다. 북한의 평화공세에 박근혜 정부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이라고 촉구해 왔다. 그에 대한 평양의 첫 반응으로 볼 수도 있다.

 남북은 지난해 추석 때도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추진해 최종 대상자 명단까지 주고받았다. 그러나 북한은 납득할 수 없는 정치적 이유를 들어 행사 나흘 전에 일방적으로 취소를 통보해 왔다. 금강산 관광 재개 협의나 한·미 합동군사훈련처럼 인도주의와 무관한 문제로 또다시 이산가족들에게 분노와 실망감을 주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첫 단추로서의 의미도 크다.

 198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2만9264명이다. 이들 중 지난해에만 3841명이 사망하는 등 전체 신청자의 44.7%인 5만7784명이 이미 고인이 됐다. 현재 생존자는 7만1480명으로, 그나마 80세 이상의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눈을 감기 전에 헤어진 가족을 만나보는 것이 그들의 마지막 남은 소원이다. 이번 행사가 무난하게 잘 이루어진다면 금강산 면회소나 화상상봉 시설을 활용해 상시적 상봉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 번에 양측에서 각각 100명씩 만나서는 생전에 그들의 한을 풀어줄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