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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마음 훔치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59호 04면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일장춘몽 같은 영화입니다. 맨해튼 증권가에서 부자들에게 싸구려 주식을 왕창 팔아 수수료를 챙기고 주가 조작 등으로 엄청난 부를 거머쥔 실존 인물의 흥망사를 토대로 했죠. 3시간 내내 돈과 마약과 섹스 얘기가 질펀하게 펼쳐지는데, ‘자본주의의 맨 얼굴’이자 ‘모든 사람들의 원초적 욕망’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주인공 조던 벨포트 역을 맡아 신들린 연기를 펼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12일 제71회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죠.

조던 벨포트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을까요. 물론 기본적으로 사기꾼이지만,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그가 ‘대단한’ 사기꾼이 된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합니다. 첫째는 물건을 팔려고 하지 않고 사람들이 사도록 했다는 것이죠. “지금 이 펜을 팔아봐”라는 느닷없는 주문에 대부분 “이 펜으로 말씀드리자면~” 하면서 장광설을 풀지만 단 한 명은 그렇게 하질 않죠. 펜이 필요하도록 상황을 만들어 냅니다.

직원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말솜씨도 요물 수준입니다. 사이비 종교 교주 같은 그에게 한 여직원이 눈물로 감사를 표하죠. 아이 학비가 없어 조심스레 5000달러만 가불해 달라고 하자 흔쾌히 2만5000달러짜리 수표를 써준 보스-. 그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왜 그랬는지 알아? 널 믿었기 때문이야.”

이 정도는 돼야 사람들의 마음을 훔쳤다고 할 수 있겠죠. 돈은 부수적인 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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