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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항구주권」선언할 개도국-오늘 개막된 유엔 자원총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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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엔 자원총회가 9일부터 열렸다. 석유·동·천연고무 등 1차 산품을 수출하는 개발도상국과 이를 수입하는 공업선진국, 그리고 아무런 천연자원도 없는 빈털터리 개발도상국과의 삼파전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달 27일 유엔에서 사전 전략조정회의를 연 개도국 77개 그룹은 『자신의 자원을 자신의 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선언했다.
말하자면 개발도상국들은 자원부국이건 자원빈국이건 간에 『매판적인 자원개발이 자원착취』(73년 가을 제4회 비동맹 정상회담·경제 선언)임을 천명한 셈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전열의 경비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잡음이 남아있다. 명분에 밀려 자원 내셔널리즘에 동의한 자원부족형 개발도상국들로서는 폭등하는 원자재가격의 주름살을 감당해낼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 총회에서는 숫적으로 우위에 선 개발도상국들이 이른바 「자원의 항구주권」 을 명문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자원생산의 국유화권』이라고도 할수 있는 이와 같은 권리는 석유·동 등 주요 1차 산품에서는 벌써부터 실천되고 있다. 쿠웨이트 의회가 60% 자본참가를 규정한 BP(브리티쉬·피트롤리엄) 걸프·오일과의 새 협정을 『1백%로 높이라』고 거부한 점, 베네쉘라가 미국계석유회사의 축출방침을 공언한 사실 등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심지어 칠레의 경우에는 미 CIA의 조정으로 정권을 잡았다는 소문이 파다한 신 군사정권까지도 아옌데 시절에 국유화한 케네코트·아나콘다 동광을 미국에 돌려주지 않고 있다. 자원 내셔널리즘이 이미 전쟁의 여지가 없는 국제정치상의 명분으로 변한 것이다.
이번 총회에서는 또한『다국적기업의 횡포』도 크게 다루어질 예정이다.
지난 2월 하순 키신저는 OAS(미주기구) 외상회의에서 『중남미에서의 미계 다국적기업의 활동을 감시할 감시기구』의 설립을 자청하기도 했다. 말하자면 전통적으로 미국기업의 밥으로 취급돼 오던 지역에서까지도 다국적기업에 대한 반발은 폭발직전의 상태에 이르른 것이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이번 자원총회에 그대로 반영되어 개발도상국들은 이들 「현대자본주의의 신생아」에 대해 이윤유출의 공개 및 제한, 재투자에 의한 국내산업의 잠식금지 등을 규정할 기세이다.
문제는 개발도상국들의 이러한 결속이 언제까지 지속되느냐에 달려있다. 예컨대 철광석의경우 대수출국인 브라질과의 협조 없이는 모두가 도로 아미타불이 되는데 브라질이 현재의 협조태도를 계속 견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다.
브라질은 수출철광석의 2배에 가까운 강재를 수입하므로 가격인상을 하면 그 주름살은 몇곱으로 늘어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일본경제신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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