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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학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재일 외국인, 그 중에서도 다대수를 점하는 재일 한국인이 이맘때가 되면 어떤 문제에 부닥치는지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난 23일자 일본의 매일신문엔 한 여류인사의 이런 기고문이 실려 있다. 그는 물론 일본인이다.
대판부립원예고를 졸업한 A라는 소녀가 있었다. A양은 역시 대판에 있는 한 초급대학에 입학원서를 냈다. 그런데 돌연 이 원서가 되돌아 나왔다. 『한국인은 받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A양은 입학안내서의 입학자격난에『일본국 여성』이라는 자구의 고무인이 지워져 있는 것을 미처 눈여겨보질 못했었다.
A양은 그나마 일본인 학교엘 다녔다. 재일 교포 중엔 이른바 민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많다. 현재 일본엔 초·중·고교의 학령기에 있는 자제들이 무려 13만 명이나 된다. 그 가운데에 30%는 민단계의 한국학교에서 한국인으로서 학교 교육을 받고 있다.
문제는 바로 이 아이들이다. 이들이「민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학교에 입학원서를 내면 번번이 그 자격이 문제가 된다.
일본의 문부성은「한국인학교」를 다만「각종학교」로만 인정해 주고 있다. 「정규학교」로서의 대우를 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12년의 학교교육은 받았지만 일본 대학에의 입학자격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엔 4백에 가까운 4년제 대학이 있다. 이들 가운데『독자적으로』한국인 학생도 입학시키고 있는 것은 34개교뿐이다. 그리고 그 대부분이 사립대학이다.
일본의 대학에도 해외에서 온 여러 나라의 유학생이 있다. 이들도 일류학생들은 저마다 자기 나라의 학교교육을 받아 왔다. 그 교육내용은 당연히 일본의 그것과 다를 것이다. 학제자체가 다른 나라도 있다. 그러나 이들 도일류 학생은 다만「12년 교육과정」이라는 연수만 계산해서 입학자격을 인정받는다. 요컨대 학교교육의 제도나 내용까지 심사해서 입학자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타국의 고유한 민족교육을 존중한다는 뜻이다. 외국에서 일본의 유학생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로 그런 대우를 받는다. 가령 만주와 같은 나라에 있는「일본인학교」는 그 나라 주 정부로부터 각종 보조금까지 받고 있다. 우유의 무료배급, 무료「스쿨·버스」등이 제공된다. 따라서 일본인 자녀들은 그 나라 고교·대학 등에 제한 없이 통학하고 있는 형편이다.
일본의 문부성 자신이 조사한「리포트」를 보아도 35개국 중에서 21개국은 외국인학교 졸업자에게도 상급학교 통학자격을 거리낌없이 주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유독 한국인에게만은 독선적인 예외를 적용하고 있다. 그 이에 있어선「일제36년의 불행한 과거」가 유유히 살아 있다.
-『자기를 돌아다 볼 필요가 없는가.』 스스로 이렇게 말하는 일본인도 있는 것을 그들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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