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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시인처럼 진실을 사랑"|「게오르규」씨 제한 마지막 강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우리나라를 방문중인『25시』의 작가「비르질·게오르규」씨는 28일 하오 국민대학 강당에서「나의 작품세계와 한국」이라는 제목으로 고별문학강연을 가졌다. 이에 앞서 신문회관에서의 고별기자회견에서「게오르규」씨는 한국이 아름다움은 우아한 곡선에 있어 시인으로서 질투를 느낄 정도이며 한국에 관한 작품은 한국인을 주인공으로 하고 싶지만 아직 깊이 알지 못해 다만 한국을 배경으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인의 지상에서의 사명은 진실만을 이야기하고 그것만을 쓰는 것이다. 정치가·농민, 그 밖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진실을 쓰는 일 말고라도 할 일이 많지만 시인은 목숨을 걸고라도 진실을 말하는 것만이 참된 사명인 것이다. 그러나「솔제니친」은 진실을 이야기했다는 죄로 조국으로부터 추방당했다. 추방은 죽음보다 더 괴로운 것이다. 시인에게 있어서 조국은 자기육체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내가 한국을 방문하면서 느낀 것은 한국인이 시인처럼 진실을 사랑하고 진실처럼 조국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한국의 시를 통해 정신세계 속에서「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대한 꿈을 키워 왔다. 그리고 이제 여러분들은「아프로디테」처럼 바다의 거품 속에서 태어난 민족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한국에 대한 영상, 그것은 곧「진실」이라는 뜻이다.
지방에 갔다가 비행기로 서울로 오면서 지상을 내려다보니 아름답게 수놓은 금수강산이 펼쳐졌는데 그것은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 대해서 꿈꿔 온 바로 그것이었다.
특히 무덤은 나를 깊이 감동시켰다. 한국인의 사자에 대한 존경심에 감명을 받기도 했지만 그 반원형들의 파도치는 듯한 모습은 시가 지니는 운과 똑같은 느낌을 주었다.
또한 한국의 건축양식도 무덤처럼 세월의「리듬」과 보조를 맞추는 듯 보였는데 이러한 것들로 해서 나는 한국인이 인간의 지혜가 무엇인지 아는 현명한 민족임을 알게 되었다.
한국의 여성은 한국인이 지혜만을 지닌 민족이 아니라 아름다움까지 겸비한 민족임을 알게 해 주었다. 한국여성의 모습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상의 우아함인 것이다.
여성특유의 분위기는 항상 눈에 띄지 않게 나타나면서 인간생활에 절대적인 힘을 주는데 한국여성에게서는 특히 이것이 두드러져 한국인 전체 생활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오랫동안 박해받아 온 순교자의 나라 한국을, 고통 속에서도 고요함을 지닐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나는 이세상의 어떤 민족보다 한국인이 가장 완전한 상태에 있다고 믿으며 한국인에게 지상 인간의 모든 철학이 담겨져 있다고 믿는다. 그 고요함, 땅속 깊숙이 내려진 뿌리, 그것은 미래를 향한 함축된 희망인 것이다.
아직 짬나지 않은 한국의 참극과 비극은 한국자체만의 고난은 아니다. 똑같은 적에 위협받고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으며 추방당한 사람만도 2억이 넘는다. 나는 한국이 조만간 이러한 고난을 완전히 극복할 것을 믿으며 이것은 모든 억압된 민족, 모든 추방당한 사람의 승리를 뜻하는 것이다.
나 자신 시인의 입장에서 이야기한다면 내가 조국으로부터 추방당한 것은 내 육체가 잘려 나간 것 이상으로 쓰라린 것이다. 그러나 육체의 일부를 상실한 것, 그것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추방당한 이후에도 계속 글을 쓰고 있는 것도 그 까닭이다.
물론 나는 조국의 언어로써 글을 쓸 수는 없었다. 시인으로 태어났으면서도 울거나 웃거나 하는 표현까지 외국어로 해야 했다. 그것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러나 영혼의 교류에 있어서 언어의 문제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외국어로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순수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자기 언어가 아니더라도 말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한국어도 아니고 우리 조국의 언어도 아닌 제3국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국어로 이야기하고 있는 듯 느껴지는 것도 그 까닭이다.
글을 쓰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인내심을 갖는 것이다. 나는 글쓰는 일을「모자이크」예술에 비교하려 한다. 예쁜 돌을 골라 색에 유의하면서 그것을 다듬고, 그렇게 여러 번하여 그 모두를 전체로 예쁘게 배열하는 일,
그것이 글쓰는 일인 것이다. 『25시』나 그 밖의 작품들이 모두 그런 방식으로 쓰여졌다.
감동된 바를 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길은 그 감동을 작품으로 쓰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 와서 말로 다할 수 없는 이 깊은 감동, 그것을 소설로 쓰고자 하는 것이다. 내가 한국에 대한 작품에 이처럼 열의를 갖게 된 것을 스스로 생각하니 이 작품을 쓰고 난 후 무엇을 더 쓸 수 있을 것인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하옇든 지난 40년 동안의 글쓰던 체험을 모두 넣고 나의 모든 것을 바쳐 이 작품을 완성할 생각이다.
이제 내가 무엇을 더할 수 있을 것인가. 오직「진실」과「승리」를 향한 여러분의 끈질긴 노력에 결실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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