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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쇼크」큰 개도국 경제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라·민트」교수<런던대>에 듣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개발도상국문제전문가인「런던」대학의「라·민트」교수가 최근 방일, 일본경제신문과 특별「인터뷰」를 가졌다. 「민트」교수는 이 회견에서 ①석유위기의 영향은 매우 크나 비관적은 아니며 ②석유이외의 1차 산품「카르델」은 유효하게 기능하지 못할 것이라는 등의 견해를 밝혔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편집자주>
문-최근의 석유 위기는 비산유 개발도상국에 큰 타격을 준 것 같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원약소국 큰 타격>
답=확실히 타격은 크다. 그러나 한마디로 개발도상국이라고는 하지만 그 안에는 여러 층이 있다. 예를 들어 동남아에서도「말레이지아」나「인도네시아」는 거의 타격을 받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은 산유국일 뿐만 아니라 석유가 인상으로 합성고무 값이 뛰자 천연고무수출가격도 같이 뛰었기 때문이다.
또 공업발전이 뒤져서 석유소비량이 적다는 것도 하나의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석유위기의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은 인도처럼 수출자원이 적고 수입원유의 양이 많은, 이를테면 자원약소형 개발도상국들이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일부 개발도상국은 석유위기를 계기로『중간기술』을 배우게 될 것이다. 어쨌든 석유위기의 악영향은 부정하기 어려우나 발전도상국의 장래가 어둡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문-그러나 현재 상태가 계속되면 산유국과 비산유국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게 아닌가.

<산유국의 원조기대>
답=물론 산유국은 과잉「달러」를 비산유국에 원조해야 한다.
이미「이란」같은 나라는 IMF(국제통화기금)나 세계은행을 통해 자금을 빌려주기 위해 특별계획을 세우고 있으며「아랍」산유국도「아랍」국가 및 친「아랍」국가를 위해 기금을 설립할 태세이다.
문제는 자본의 환류가 아니라 지금까지 선진국들이 그랬듯이 이것을 정치적 목적에 사용하는데 있다.
문-석유 외에 다른 1차 산품도 생산국들이 국제「카르텔」을 만들 기세인데….
답=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사실 그와 같은 움직임은 석유위기 이전부터도 있었다.
예컨대 동 생산국들의 움직임이 상당히 활발했지만 이것은「오스트레일리아」가 합세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동이나 천연고무는「알루미늄」·합성고무 등 대체재가 있으므로 석유처럼 공급 독점권을 행사할 수가 없다.
문-석유부족으로 인해 비료부족 현상이 심해져서 개발도상국의 농업이 큰 난관에 부딪쳤다. 이 문제는 어떤가.

<화학비료 비에 씻겨>
답=동남아는 비가 많아서 화학비료를 뿌려도 금방 흘러 가 버린다. 즉 세계최대의 미작 지대인 이곳은 화학비료의 필요성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화학비료의 부족이 동남아의 농사를 망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문-동남「아시아」경제전망은 어떤가.
답=내가 3년 전에 쓴『70년대의「아시아」경제』라는 보고서의 내용을 지금도 그대로 견지하고 있다. 1차 산품의 수요가 점점 더 늘 것이며 동남아는 그에 비례해서 경제발전「템포」가 빨라 질 것이다.
문-ASEAN(동남아국제연합)은 어떤가.
답=경제통합이 실효를 거두려면 노동력·자본의 자유교류와 단일통화가 실현되어야 한다. ASEAN이 이들 세 가지를 이룰 전망이 거의 없는 이상 장기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지는 못할 것이다.
문-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을 위해 취해야 할 조치는 무엇인가.

<제조업 발전을 방해>
답=원조보다도 관세인하에 의한 무역확대이다. 선진국은 원료의 관세는 낮으나 반제품·제품의 수입관세는 높다.
다시 말해서 개발도상국의 제조업발전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은 농산물의 관세도 인하해야 한다. 예컨대 일본이 고관세로 쌀 수입을 막는 것은 공업제품에만 비교우위의 원칙을 적용하는 처사이며 동남아의 반일감정도 이와 같은 부조리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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