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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통상임금 논란, 중요한 건 노사의 상생 의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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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어제 고용노동부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노사 지도지침을 확정해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후속 조치다. 그러나 이번 지침 발표로 통상임금을 둘러싼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전국 근로개선지도과장 회의를 통해 발표한 ‘통상임금 노사 지도지침’에 따르면 지급 간격이 1개월을 넘는 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다만 정기상여금이라고 해도 명절이나 휴가 등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될 경우엔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18일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반영한 것”이란 게 고용노동부의 설명이다. 또 신의칙에 따라 임금 소급청구를 제한토록 한 판결의 적용 시점은 올해 임금협상 전까지로 규정했다.

 정부의 유권해석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지도지침에 대해 노동계는 “지나치게 기업 쪽에 치우쳐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경제계도 고용노동부 예규상 통상임금 산정의 기준이던 1임금지급기(1개월) 요건이 폐지된 데 아쉬움을 나타냈다. 특히 재직자 요건과 신의칙 적용 시점을 놓고 노사 간에 다시 분란이 빚어질 소지가 작지 않다. 고용노동부가 사전에 갈등을 조정하지 못한 채 대법원 판결이 나온 다음에야 뒤늦게 지침을 내놓는 것 역시 온당치 않다. 하지만 지도지침은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일 뿐이다. 중요한 건 노사의 상생(相生) 의지다. 성패는 개별 기업의 노사가 공동 발전을 위해 얼마나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경영 상황과 적정 임금 등에 관한 자율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나아가 통상임금 시비를 말끔히 정리하기 위해선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입법적 정비가 시급하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최근 “임금체계 개편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논란이 되고 있는 고용·노동 문제에 대해 빠르면 상반기, 늦어도 올해 안에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노동계가 노사정위에 복귀하고 노·사·정이 임금체계 등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