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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아마존(2)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인디오」들에게 붙잡혀 가다시피 끌려간 곳은 「아마존」강 상류에 사는 자그마한 마을이었다. 집이래야 우리나라 오막살이보다도 못한 야자잎 지붕의 간이식 집인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들 낙천적으로 살고 있었다. 아직도 원시적인 생활이나 다름없이 혹 야수적인 본성이 나타나서 나를 반긴 태도가 표변하지 않을까 적이 염려되었으나 어쨌든 이들의 마을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아마존」강 상류에 사는 「인디오」(남미의 인디언)는 날카로운 줄 알았는데 이 낯선 민족의 한사람을 이렇듯 반기는 것을 보니 이들에겐 저「이슬람」교 나라 사람들의 우정보다 강렬한 인인애가 있는가 보다.
이들과는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아서 손짓 발짓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밖에 없으나 어떤 영매랄까 신비스러운 힘이 교감시켜주는 것이 아닌가했다. 이것은 아마도 이 「인디오」는 우리 민족과 같은 「몽골리언」계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문명의 이기 볼 수 없고>
「인디오」란 이 남미에서 태어난 원주민이 아니고 그 옛날 「아시아」땅에서 「얼류션」해협을 건너 북미로 해서 내려와 사는 이민족이다. 그러나 오래도록 이 색다른 자연에 적응해서 「몽골리언」다운 순수한 모습을 볼 수는 없으나 우리 민족과 상통하는 성격이 있어 보였다.
이들도 이런 것을 말로 나타내지는 않으나 나를 물끄러미 보며 자기들과 비교해 보는 것을 보니 어딘가 민족적으로 닮은 데가 있다는 것을 느끼는 모양이다. 우리들은 어느새 친하게 되었다.
이곳은 적도 직하여서 무덥기 그지없지만 내가 간 따는 바로 장마철이어서 구름떼들이 하늘을 날고있었다. 태양은 하나지만 이곳에서 보는 태양은 저 초현실파의 화가「에른스트」의 그림 속의 태양이랄까, 아주 새로운 원시적인 「이미지」를 풍기듯이 「아마존」하늘을 덮은 구름도 역시 태고적을 연상시킨다. 이같이 「아마존」의 자연은 깡그리 원시에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여기선 현대란 것을 의식할 수가 없다. 문명의 이기들이 전혀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강가의 숲이란 숲은 원시적 일만큼 우거져 있기 때문이다.
저녁때였다. 이들 「인디오」에게서 저녁을 얻어먹고 강가의 「정글」을 보기 위하여 한 「인디오」의 인도를 받고 나갔다.

<창 한 자루로 맹수사냥>
해가 져서 어둑해지기 시작하는데 어디선가 짐승의 비명이 들려왔다. 나는 어찌된 일인가 하고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으나 함께 따라간 그 「인디오」는 자기가 갖고 있던 창으로 방어태세를 취하기보다는 좋은 먹이가 생겼구나하여 사냥하려는 몸가짐이었다.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아 그 짐승의 비명이 들린 까닭은 뚜렷이 알 수 없으나 맹수가 자기보다 약한 짐승을 잡아먹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인디오」는 먹이를 입에 물었을 때 잡는 것이 유리한지 짐승의 비명이 울린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내 생각은 안하고 오직 좋은 사냥감을 잡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반사적으로 움직인 모양이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있다면 그리 겁날 것은 없지만 단 둘이서 이 「정글」에 나왔다가 그나마도 그가 나를 내버려두고 짐승을 잡으려고 저만큼 달려가니 적이 걱정스러웠다.
나는 아무런 무기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야수가 달려들면 피할 재간이 없지 않은가. 그런데 무심할 줄 알았던 그는 나를 돌아보며 따라오라고 한다.
그는 무기를 가지고 있으니 자기 곁에 있으면 걱정이 없다고 따라오라고는 하지만 비명이 울린 쪽으로 가까이 가는 것이 더욱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약육강식의 정글 세계>
나는 날이 어두워지니 빨리 돌아가자는 시늉으로 하늘을 가리켜 보였으나 그는 기어이 그 야수인가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에서인지 숲을 자꾸 살폈다.
그렇다고 내가 가자고 자꾸 졸랐다가는 그가 혹시 골을 낼지도 몰라 그가 어서 짐승을 잡든지 아니면 내게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나는 숨을 죽이고 그의 동태만을 지켜보았다.
조금 아까 들려온 그 짐승의 비명은 다시는 들려오지 않았다. 오직 정적만이 흘렀다. 내가 직접 그 비명의 이유를 알아보지는 못했으나 아마 야수가 아니면 큰 구렁이가 음성을 가진 어떤 짐승을 잡아먹은 것에 틀림없을 것이다.
약육강식이 횡행하는 이 「아마존」강의 「정글」! 「괴테」는 자연이 가장 옳다고 말했지만 약자에게는 너무나도 억울한 세계가 아닌가 했다. 그러나 이 「정글」은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침묵하고 있었다. 이때 그 「인디오」는 창만 쥐고 나에게로 돌아왔다. 어두워지기 때문에 사냥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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