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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개방품목의 확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종래 국산화촉진을 위해 수입사전승인품목으로 묶어 오던 원자재 41개 품목중 「나일론」사·「폴리에스터」F사 등 28개 품목의 수입을 개방키로 한 상공부의 조치는 내수공급의 부족과 원자재공급의 불안을 완화하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원자재에 대한 한입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사정 밑에서는 우선 당장의 불을 끄기 위해서는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원자재확보를 위한 당국의 조치는 비단 이와같은 28개 품목의 수입개방에 그치지 않고, 고철·「알루미늄」등 주요원자재의 조기확보를 위해 DA(연불)수입의 한도를 늘리는 한편, 수입담보금적립율도 일부 인하하기까지 했었다. 물론 이것도 해당품목의 수입을 보다 쉽게, 그리고 더욱 많이 실현케 하려는 조치이다.
분명히 28개 품목의 수입개방과 주요원자재에 대한 DA수입한도의 확대와 수입담보금적립율의 인하 등 일련의 조치는 원자재확보라는 측면에서는 필요한 조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또한 무역면 전체로 보아서는 분명히 수입 촉진책이고, 무역수지의 역조폭을 늘리는 요인이 되리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원자재확보를 위한 일련의 수입촉진책은 원자재 확보라는 한가지 문제만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지 무역역조의 시정이라는 보다 큰 과제를 해결하는 것은 못 될 것이며, 그것은 도리어 역조폭의 확대라는 방향으로 사태를 악화시키는 일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원자재확보난에 못지 않게 심각한 문제다. 단기적으로는 무역역자를 감수하고서라도 당장의 원자재확보난을 해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언제까지나 이런 방법으로 문제를 호도할 수는 없다. 무역적자의 계속적인 확대와 이로 인한 외화순자산의 소진은 급기야 언젠가는 당장 불가결한 원자재의 확보마저도 불가능케 하는 사태를 몰고 오고야말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와같은 사태악화는 작금의 자원난과 수출증가율의 둔화로 이미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고 하겠다. 외화순자산은 지난 2월말 현재 8억4천만「달러」로서 작년말보다 무려 1억1천만「달러」가 감소하였는데 이와 같은 감소경향은 최근의 수출둔화와 수입격증으로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우려되는 것이다. 실지로 지난 2월중 수출금융은 수출신용장 내도액의 둔화로 불과 천억원이 늘었는데 비해, 수입금융은 무려 2백28억원이나 격증하였다. 그렇다면 무역역조로 인한 외화자산의 감소경향을 단순한 일시적 현상으로 가벼이 보아 넘길 수는 없는 사태라고 할 것이다.
결국 이것은 당국의 자원확보정책이 오로지 목전의 단기적인 문제 해결에만 골몰하여 총체적인 국민경제의 입장에서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추구해야 정책목적의 실현을 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 된다. 말하자면 현재의 자원확보정책은 현재의 고율성장정책을 불변의 것으로 전제하고, 국제적 수지면을 전적으로 무시한 채 오로지 자원의 대량확보만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대내균형을 위해서는 대외균형을 저버려도 좋다는 정책을 극단적으로 다시 한번 재현하고 있는 것과 같다.
자원 부족국이 자원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경제정책상의 다른 제약을 전적으로 무시해도 무방하다는 것일 수는 없다. 우리의 경우 자원난 해결은 이것 때문에 무역역조의 심화와 외화자산격감을 가져올 정도로 마구 수입 촉진할 수는 없는 것이고, 저절로 외환·무역정책상의 제약을 받는 것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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