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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소금은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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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 되라』는 말이 의미하듯 소금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아니 되는 가장 긴요하고 기본적인 물질이다.
그러나 섭취량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오히려 건강을 해쳐 생명을 위협하는 물질로 둔갑한다. 「로마」신화에서 선과 악의 두 얼굴을 지니고 등장하는 「야누스」신처럼 소금도 두 얼굴로 인간을 대한다. 소금의 선한 얼굴은 생명 등의 기름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일단 선한 얼굴을 재치고 악한 얼굴을 내밀게 되면 전신에 긴장상태를 고조시키고 횡포를 부린다. 그리고 고혈압이라는 비상사태를 선언한다.
소금이 고혈압과 관계 깊다는 사실을 의학적으로 설명하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우선 혈압속에 지나치게 많은 소금이 녹아 들어가면 지금껏 생명 등의 기름 역할을 하던 소금이 갑자기 얼굴을 바꾸고 혈관 벽의 긴장을 높여 끝내는 고혈압을 빚는다.
또 협압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는 콩팥(신)의 기능체제를 망가뜨린다.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일련의 사태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모씨가 요양지로 삼았다고 해서 화제에 올랐던 「바하마」제도는 고혈압과 소금의 연구대상이 되는 대표적인 「모델」이다.
이 섬의 주민들에겐 단연 고혈압환자가 많은데 주식이 소금으로 절여 말린 생선과 소금이 섞인 돼지기름이며 게다가 우물물의 소금농도가 엄청나게 높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이 섬 주민의 사망원인중 으뜸은 고혈압으로 인한 뇌일혈이다.
육식을 비교적 하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고혈압환자가 많은 이유를 대부분 짜게 먹는 우리네 식사버릇으로 설명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사람의 평균 소금 섭취량은 매일 15∼30g정도. 짜게 먹는 남쪽지방사람은 하루에 40∼50g까지 섭취할 것으로 추측된다. 더우기 묵은 김장김치를 먹어야하는 3월에는 누구나 하루에 40g이상의 소금을 섭취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외국인의 평균 10∼20g보다 3, 4배나 된다. WHO에서는 고혈압의 위험이 높은 40대의 하루 소금 섭취량을 10g안팎으로 권장하고 있다. 물론 고혈압환자는 이보다 적은 5g아래로 줄여야한다.
소금의 선한 열굴만을 대하기 위해서는 짜게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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