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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사회·교육적인 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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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재수생은 해마다 2만여 명씩 늘어나고 있으나 합격률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또 학부모와 학생자신의 능력한계를 벗어난「진학에의 집념」은 재수라는 가시밭 길로 줄달음치게 하고 있다. 부모의 과욕으로「재수의 노예」가 된 일부 미성년층가운데는 환멸과 패배의식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입시낙방 생」에서 다시「인생의 낙오자」로 까지 전락할 우려조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학자와 사회학자 등 많은 관계자들은「사회풍조 및 가치관」과「교육제도」등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해결의 방향을 제시한다.

<사회풍조 및 가치관>
김종서 교수(한국방송통신대학장)와 이장현 교수(이대·사회학)는 오늘의 사회가「간판」아닌 능력위주의 사회임을 지적, 우선『일류대학졸업자가 아니면 출세할 수 없다』는 비생산적인 학벌의식과『재수를 해서라도 내 자식만은 일류학교에 보내겠다』는 학부모의 과욕 등 그릇된 고정관념을 털어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관공서와 기업체는 중·고·전문학교 및 초급대학 졸업생들에게도 직능에 따라 학력 아닌 학력위주로 문호를 개방, 사회진출의 길을 폭넓게 터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청 산하 청소부 가운데 4년 제 대학 졸업자가 4명이나 끼여 있다고 한다.
직업에는 물론 귀천이 있을 수 없지만「학사출신 청소부」가 있다는 현실은『대학을 나와야 출세한다』는 그릇된 관념과 관련,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볼 문제.
대학을 나온 뒤 거리에서 비를 들 수 있는 과감한(?)결단을 상찬 해야겠지만 이 같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재수, 3수나 비싼 학자금을 투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장병림 교수(서울대문리대·심리학)는『고교입시선발고사나 대입예비고사에 낙방한 학생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상급학교에 교육적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입증 받은 것』이라고 지적, 신중히 생각하여 능력과 소질에 따라 일찍 직장을 구하든지, 다른 길로 나가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본인과 학부무의 지나친 집념을 나무랐다.
『이들 학생은 가정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학원에서도 능력 발휘를 못해 결국은 불량아들과 어울려 타락하기 쉽다』며 자식의 장래를 올바르게 이끌어 주고 처지를 이해해 주는 부모의 각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교육제도 개선>
김종서 교수는 중-고교에서「기초직업교육」을 실시, 미진 학생들이 졸업 후 쉽게 취업할 수 있는 실업기본교육과정 편성이 검토돼야 하고 이들을 채용한 산업체는 이들에「단기기술교육」을 실시하는 기능공 훈련 제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의 경우처럼「사회교육법」등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실업계 전문학교와 초급대학육성과 졸업생에 대한 고용증대 등 이 정책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또 방송통신대학 및 고교의 확장과 아울러 일반고교에「1인1기」교육위주의 1년「코스」제 병설도 검토해 볼만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우철 교수(이대 교육대 원장)는「중3병」·「고3병」을 막기 위한 입시제도 개혁은 단기적 치료법이라고 지적, 이와 병행하여 거시적 안목에서 사회교육(학교 외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학교 외 교육 역시 내용과 역할 등에 대한 연구부족으로 진학교육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미진 학생 교육·기술교육 등 이 학교교육과 비슷한 방법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는 외국의 경우처럼 사회 단체나 대 기업가들의 관심과 협조 등「산학협동체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의 경우 지방교육청주관으로「산학협동교육」을 실시, 미진 학생과 일반인 등에게 기술교육은 물론 취업을 알선하고 있으며, 태국의 경우 큰 자동차에 실습시설을 갖춘「이동학교」를 운영, 각 지방을 순회하며「라디오」·원예·이발 등 다양한 기술교육을 실시하여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도의 산학협동교육에는 기술자·관리·기업인 및「로터리·클럽」까지 합세하여 필요한 기술교육을 실시한다는 것.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현 여건으로서는 이들을 모두 받아들일 만큼 충분한 일자리가 마련돼 있지 못한 것도 문제다.
하지만 정부의 중화학공업육성 방안은 오는 81년까지 2백여 만 명의 기능공과 과학기술자를 필요로 하고 있어 취업의 기회는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관계당국의 인력공급 계획에 따르면 현재의 인력공급사정으로서는 소요량의 절반을 넘는 1백44만여 명이 부족한 실정이라는 것.
부족한 인력을 계층별로 보면 고졸이하의 기능공이1백34만 명, 전문학교 졸업자인 기술공이 13만6천명, 대졸 자(이공계)인 기술자가 8천2백여 명. 부족한 기능공을 메우기 위해서는 우선 학벌위주의 고정관념과 학부모의·명목적인 교육열 등 그릇된 사회풍조가 하루속히 지양돼야 하고 다음으로는 진학중심교육 등 교육제도상의 문제점들이 개선돼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오만진 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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