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석달 앞두고 공사 중단, SK인천석유화학 무슨 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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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조6000억원짜리 공장이 준공을 3개월 앞두고 공사를 멈추게 됐다.

 SK인천석유화학은 21일 “최근 인천 서구청이 내린 행정조치를 겸허히 수용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2~3일간 공사 중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시행한 뒤 증설 공사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K인천석유화학의 정유공장은 1969년부터 인천광역시 서구 원창동 일대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1972년 인천정유로 회사 이름이 바뀌고 2006년 SK가 인수하면서 정유업을 이어 왔다. 하지만 2012년 7월 경쟁 악화 등으로 기존 정유업만으론 이익이 나질 않자 신사업 추진의 일환으로 SK인천석유화학은 파라자일렌(PX)이라는 공장을 이 일대에 증설하기로 했다. 파라자일렌은 페트병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원료 물질로,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 만든다. 투자금이 총 1조6000억원에 달했지만 공장증설은 곧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주민 50여 명이 “공장을 세우면 공기 중에 오염물질이 떠다닐 수 있다”며 매일 오후 1~4시까지 공장 앞에서 반대집회를 열었다.

 주민 반발이 거세지다 보니 인천광역시가 감사를 나왔다. 이달 초엔 인천 서구청이 인천시 감사를 토대로 “공사 과정에서 승인면적을 초과하는 등 위법사항이 확인됐다”며 공사중단을 통보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공장을 90% 가까이 지었는데,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적 대응 하겠다고 나섰지만 민심은 더욱 악화됐다. 지난 16일엔 인천서구청으로부터 불법건축물에 대한 행정처분과 잘못된 공사 과정에 대한 행정지도 처분을 받았다. 악화된 여론에 제재까지 받자 SK인천석유화학은 자체 공사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회사 관계자는 “지역여론을 감안해 서구청과 지역주민이 함께할 수 있는 상생협의체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며 “안전하고 깨끗한 공장 건설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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