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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영어 내신 … 외고는 상대평가, 자사고는 절대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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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학년도 중·고교 입시와 대학 입시가 큰 틀에서 바뀐다. 입시 제도가 바뀌면 학교 유형에 따른 상급 학교 진학 유불리가 달라진다. 올 봄에 중3, 고3이 되는 학생들은 바뀐 내용을 잘 파악하고서 올해 입시를 대비하는 게 좋다.

그동안 ‘국제중→외고 또는 자사고→명문대’ 코스를 기대해 국제중에 입학한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입시 변화에 따라 이 코스의 강점이 약해지고 있다. 올해 중3, 초등 6학년, 대입 수험생이 되는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정리했다.

올해는 중학교 전체 학년의 내신 평가에 절대평가(성취평가제)가 적용되는 첫해다. 올 봄 중3이 되는 학생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던 해에 절대평가가 도입됐다. 올해부터 고교 입시에서도 중학교 내신을 모두 절대평가로 반영할까. 꼭 그렇진 않다.
 
7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5~2017학년도 고교 입시 개편안에 따르면 외고?국제고는 상대평가를 섞어서 영어 내신을 반영한다. 외고·국제고는 1단계에선 영어 내신과 출결(감점)로 입학정원의 최대 2배수를 뽑는다. 그런데 1단계에서 보는 영어 내신을 중 2 성적은 절대평가로, 중3 성적은 상대평가 방식으로 반영한다. 중 2 성적은 A·B·C·D·E(A=90점이상, B=80점 이상) 등급을, 중3 성적은 석차 9등급 방식(1등급=상위 4%, 2등급=11% 등) 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절대평가는 기존 석차 9등급 상대평가와 달리 비율 제한 없이 90점 이상은 A, 80점 이상은 B를 주는 방식이다. 학생 간의 과열 경쟁과 학업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부 학교에서 되도록 많은 학생에게 A를 주기 위해 영어 시험을 지나치게 쉽게 내 학생 간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중학교에선 평균 20~30%의 학생들이 영어에서 A를 받고 있다. 입시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외고·국제고에 원서를 내는 학생 대부분이 2학년 때 영어에서 A등급을 받았을 것”이라며 “중3 영어 내신은 석차 9등급제로도 높은 등급을 받아야 1단계 통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하나고·용인외고·민사고 등 전국 단위 선발권을 가진 자율형 사립고는 중학교 내신 성적을 모두 절대평가(성취평가제)로 반영한다.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 5개 과목의 절대평가 성적과 출결(감점)로 1.5~2배수를 선발한다. 2단계에선 1단계 성적과 면접을 종합해 평가한다.

휘문고·중동고 등 서울의 자율형 사립고는 1단계에서 성적 제한을 없앴다. 2014학년도까진 중학교 내신 상위 50% 이내에만 지원 기회를 줘왔다. 이들 학교는 추첨으로 1.5~2배수를 뽑은 뒤, 2단계에선 면접을 실시한다. 진로·적성 개발 활동을 지원동기와 진로·학업계획으로 연결시키는 자기소개서와 면접이 합격의 포인트다.
 
일반중과 국제중의 성적 우수생 중에서 어느 쪽이 고교 입시에서 유리할까. 외고·국제고 입시에선 국제중 학생의 내신 우대가 사라진 데다 중3 성적을 종전처럼 상대평가로 반영하게 된 만큼 국제중의 이점이 약해졌다. 국제중 학생은 2013학년도 특목고 입시까진 비교내신 적용을 받았었다. ‘국제중→외고·국제고’ 코스를 기대해 국제중에 진학했던 이유다. 하지만 2014학년도 입시 이후로 비교내신 적용을 못 받고 있다. 일반중학생과 똑같이 상위 4%까지만 1등급으로 인정 받는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2013학년도 입시에선 대원국제중 졸업생 160여 명 중 68명이 대원외고에 붙었는데 2014학년도엔 15명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올해 중학교 신입생이 치를 2017학년도 외고·국제고 입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개편안에선 2017학년도 외고·국제고 입시까진 중3 성적을 상대평가로 반영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국제중 재학생 중에선 내신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일반중으로 전학을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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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 내신 불이익 지속 … 일반중처럼 상위 4%만 1등급 받아

하나고·용인외고·민사고 등 전국 단위 모집 자율형사립고 진학에선 국제중 학생들이 유리할 수 있다. 중학교 내신을 외고 등과 달리 절대평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제중 학생들로선 학교에서 이뤄지는 외국어 관련 심화 활동을 토대로 자기소개서 평가와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수학·과학 특기생들이 진학하는 과학고·영재학교도 절대평가 성적을 활용한다. 하유경 교육부 융합교육팀장은 "1단계에서 학생부·자기소개서 등 제출 서류를 종합평가하기 때문에 절대평가 성적으로 내신을 반영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15학년도 영재학교 상세 전형계획안은 2~3월 중에, 과학고 전형계획안은 3~4월 중에 나온다.

 2014학년도 입시에서 한성·세종 과학고 등 전국 과학고는 1단계에서 서류(학생부·자기소개서·추천서) 평가로 2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면접으로 합격을 결정했다.

 서울과학고·경기과학고 등 영재학교는 6곳 모두 1단계는 자기소개서·학생부·추천서·영재성 입증자료 등을 평가하는 서류 전형을 실시한다. 2단계는 영재성 평가로, 수학·과학 관련 지필고사를 치른다. 3단계에선 2~3일 동안 과학캠프를 열어 연구·탐구능력과 수학·과학에 대한 열정과 자질 등을 평가한다. 이 과정이 대략 석달 걸린다. 교육업체인 CMS 평촌지점의 김형준 원감은 “영재학교 1단계는 결격 사유가 없으면 대부분 통과한다”며 “2단계 영재성 검사가 합격으로 가는 최대 난관”이라고 말했다. 2단계 영재성 평가는 모두 중등 심화과정 안에서 논리력·창의력을 묻는 사고력 문항이 나온다. 김 원감은 “문제 풀이 과정의 정확성과 논리력이 주요 평가 포인트”며 “경시대회 문제를 가지고 풀이식을 정확히 써보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올 봄에 중 3이 되는 학생들은 진학하고자 하는 고교 유형에 관계 없이 ‘교외 스펙’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덜게 됐다. 교육부가 2015학년도 고교 입시부터 자기소개서에 ‘교외 스펙’을 적는 지원자에겐 자기소개서 관련 점수를 0점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교외 스펙 기재시 0점 처리’는 외고·국제고·자사고·과학고 등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진행하는 모든 고교 입시에 공통 적용된다. 교외 스펙엔 어학인증시험(TOEFL·TOEIC·TEPS 등) 성적과 경시대회 입상 실적, 영재교육원 교육·수료 실적 등이 해당된다. 그동안도 교외 스펙을 적으면 감점 처리한다는 방침이 있긴 했다. 하지만 감점 범위가 학교 재량이어서 감점이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자기소개서에 교내 대회 실적을 적는 것마저 금지될지는 불투명하다. 최경 교육부 학교정책과 사무관은 “교내대회 기록 허용 여부는 현재 논의 중”이라며 “이르면 다음달에 구체적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중 입학 전형에선 성적 제한이 없어지고 있다. 서울 대원·영훈 국제중은 2015학년도부터 성적 제한 없이 일괄 추첨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서울에 사는 초등학생 6학년 누구에게나 지원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이미 1단계에서 추첨 선발을 해왔던 부산국제중은 지난해와 같은 전형방법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전영근 부산교육청 장학관은 “1단계 성적 제한 없이 추첨 후에 2단계에서 서류(자기소개서·학생부) 평가와 면접으로 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국 단위로 선발하는 청심국제중은 6월까지 입학전형을 확정·발표한다.

 2015학년도 대학 입시를 살펴보면 지난해와 비교해 논술의 비중이 줄고 학생부 비중이 확대됐다. 서울대는 정시에서 실시해오던 논술을 2015학년도엔 안 보기로 했다. 교육부는 사교육 경감 차원에서 논술 축소를 계속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기조라면 외고·자율형사립고가 일반고에 비해 갖던 입시 강점은 이전보다 줄어들게 된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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