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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3)물가, 어디까지 오르려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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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물가가 날마다 올라가는 것은 마치 석유에 불붙여 가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언제까지 그리고 어디까지 타올라 갈는지 걱정이다. 여태까지「아라비안·나이트」의 환상적인 나라로만 생각하고 대개는 경시하고 외면했던 그「아랍」이 한번 소리를 치니까, 강대국 미·일은 물론 으시대던 구라파의 문명국도 벌집 쑤신 듯이 야단이 났으니, 하물며 우리 한국이야 말해 무엇하랴. 이런 국제사정을 이해 못하고, 남편한테 화풀이만 한다면 주부의「스트레스」는 해소되었을 텐데, 반식자 우환이라고 네사정 내사정을 알고 나니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 그 부자나라 미국도 물가고에 시달린다는 말에 약간 자위도 하고 싶으나, 거기는 최하노동자인 청소부도 시간당 2「달러」라니 여기 대학교수보다도 많다. 우리 나라는 한달 월급이 3천원짜리 공원도 있으니.
대관절 이렇게 비교하는 것부터가 돼먹지 못한 게 아닌가. 어떻든 물가쯤 오른다고 생활을 파괴할 수 는 없다. 소비자가 불매운동을 벌인다든가, 더 높은 차원에서 나물 먹고 몰 마시고…를 신조로 삼든가, 어떻든 제나름대로의 생활 철학을 발견하고 살아야 할 것 같다. 내 나이쯤의 사람들은 혹독한 전쟁의 물자난 시대를 겪었기 때문에 그 2차대전과 6·25때를 상상하면 이것도 호강이랄 수 있을까? 그러나 2차대전때는 반드시 해방이 된다는 희망과, 6·25때는 반드시 UN군과 국군이 우리를 구제해 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이 희망 때문에 국민들은 참고 갖은 고통을 견디며, 그것을 극복해 나갔고 또한 급기야 그 희망은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어떤 희망을 가져야하나? 이것이 가장 중대한 문제가 아닐까? 물가고는 질과 양의 불량품고발「센터」를 각 신문사마다 두고, 또 폐물 이용의 지혜나 물물교환 소동을 마련해 준다든가, 안사기·안쓰기 운동의 절약하는 생활「캠페인」을 벌인다면 다소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물가 때문에 짜증이 나는 이 시기에 이 틈을 타서 폭리를 보는 악덕 업자도 있다. 소비자들은 물론 당국의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 험난한 물가고를 넘어서면 무엇이 기다리는 것일까? 당국은 물가정책의 정확한「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줘야 할 것이다.
희망이 없이는 파괴와 멸망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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