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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 성별 검사「프레나텔」테스트|산부인과 병원서 영리로 남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울을 비롯한 각처의 일부 산부인과 병원에서 태아의 아들·딸을 미리 알아보는「프레나텔」성별 검사가 성행, 임부 사이에 딸을 가려내 중절하는 수단으로 오용되고 있어 사회문제로 되고 있다. 특히 이 검사는 단순한 호기심을 벗어나「딸판정」의 경우 딸만 내리 낳아온 임부들로 하여금 유산과 출산 과정을 통해 고민 속에 몰아넣어 정신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일부 병원에「선성 감별」이란 방까지 내걸어 아기성별에 초조한 딸 다산 임부들을 호객하는가하면 심지어는 원치 않는 검사결과이면 중절시술까지 해주는 등 영리에 이용하고 있어 전문의로서의 본분을 잃는 비리마저 저지르고있다.
인부의 타액으로 태아의 성별을 알아낸다는「프레나텔」검사는 미국 등 외국에서 유전학적 질병이 없는 건전 태아 육성 및 학술목적으로 이용되고 있으나 대체로 시험 전문 연구소에서 4∼5「달러」의 보험금을 내걸고 호기심 많은 임부들을 상대로 재미로 해주는데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작년 여름 N약품회사(서울 중구 장교동)가 미「파텐트·인터내셔널」사에서「프레나텔」검사지를 수입한 이래 태아의 성별을 몰라 애태우는 많은 임부들의 심리에 영합, 일부 산부인과 병·의원 전문의들이 이 검사를 하고 나서 외국과 다른 보급양상을 띠고있다.
N약품에 의하면 현재 검사지가 보급된 병원은 서울·부산·대구·대전·인천 등 대도시의 유수한 종합병원과 산부인과의원 등 무려1백여 병원에 이르고있다.
서울의 경우만도 12일 조사된 바로는▲종합병원으로는 S대·C대·K대·K대·E대부속병원 등이▲개인의원으로는 M(용산구)·A(영등포구)·P(중구)·L(종로구)·J(종로구)산부인과 등 상당수가 이 검사행위를 검사료 3천여원씩 받고 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A의원 등은 원내 외에「태아 성별검사를 합니다」라는 안내문까지 붙여놓고 본격적으로 검사손님을 부르는가하면 M산부인과 등은「용하다」는 소문이 퍼져 하루4∼5명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있다.
찾는 이는 대부분 딸을 내리 둘 또는 셋씩 낳은 딸「노이로제」임부들이어서「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라」는 전제에도 불구하고 딸로 판정나면 상당수가 중절을 호소하고 나선다는 것.
조사에 의하면 이 때문에 M산부인과, A의원, P·J산부인과 등에선 딱한 호소에 못이겨 어쩔 수 없이 각각 수건씩의 소파수술 또는 유산을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부작용은 외국과 달리 호기심으로 해보는데 그쳐야 할 성별검사를 영리 속에 기운 전문의들이 대신하고 나섬으로써 의사의 권위가 보태어져 과신을 불러일으킨 탓.
한편 이 같은 전문의들의 검사행위에 대해 서울대 문리대 사회학과 주임 최홍기 교수는『답답한 사람은 점이라도 믿는데 사회적 권위가 인정되는 전문의가「검사가 90여%맞기는 하나 다 맞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들 임부들은 결과를 믿게 마련』이라면서『남아우위사상이 뿌리깊은 우리 사회형편상 사회에 좋지 않은 영양을 주며 도대체 의사들이 자신들의 책임감을 망각한 처사로 본다』고 말했다.
또 가족계획연구원 연구부장 김태용씨는『아들을 보기 위해 계속 아기를 낳는 우리의 현실에 있어서는 성별 검사가 출산율을 조절하는데 다소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아들·딸의 관념을 불식하는데 공헌해야할 병원측이 이를 가려내는 검사를 해준다는 것은 시대역행』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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