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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물가 체계를 위한 재조정 작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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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1」 물가 조정의 의미>
이미 예견 돼 온 일이긴 하지만 원유류 값의 대폭적인 인상과 이에 따른 전기·교통요금의 인상을 계기로 우리 경제는 예측하기 어려운 정도의 물가 상승 무드에 접어들었다. 그 동안 억눌려 왔던 가격 현실화 문제가 유류값이나 전기·교통요금 인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스타트로 해서 국제 원자재와 관련된 문제 품목들의 전반적인 가격 조정으로 바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물가 압력은 이제부터 더욱 가중되고 보다 폭넓게 파급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 석유류 및 전력 요금 인상의 후속 조치로 빠른 시일 안에 공산품을 비롯한 문제 품목 (원가 압력이 큰 품목)에 대한 가격 조정을 단행할 예정인 것 같다.
유류값과 직접 관계가 없는 품목의 값을 먼저 조정한다는 종래의 방침이 유류값의 선행 조정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오히려 여타 품목의 가격 조정 폭을 더 크게 나타낼 수도 있다.
앞으로 여타 품목의 가격 조정에서 반영돼야 할 원가 인상 요인은 이번에 조정된 석유류 값, 전기 및 운임뿐만 아니라 작년에 두 차례 오른 석유류 값 47%, 12월4일에 오른 전기요금 5%, 올해 1월l일부터 오른 철도 화물 요금 10%, 그 동안의 원자재 가격 상승과 포장재 등 부자재 값 인상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중첩돼 있다.
물가 정책 당국은 이번 유류 가격과 전기·교통요금 인상이 도매 물가 지수에 미치는 파급도를 1차 파급 약 7%, 2차 파급 약 3·33%로 모두 10·3%의 상승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1월중의 이미 7%가 오른 것과 합쳐 벌써 17% 이상의 도매 물가 지수 상승 요인이 나타난 셈이다.
그러나 이것은 앞으로 인상될 제품 가격 인상을 고려하지 않은 추정이기 때문에 다음 단계로 단행될 가격 현실화까지 고려하면 올해 물가 상승률이 얼마가 될지는 아무도 측정할 수 없는 상태이다.
작년에 도매 물가 지수가 15·1% 상승했지만 그것은 물가 상승 요인을 충분히 다 흡수한 것이 아니고 시장 실제 상승률과 커다란 차가 있기 때문에 지수 상으로는 작년 중에 현실화 되지 못한 요인들이 올해로 넘겨져 상승 템포를 더욱 가속시킬 것이며, 시장 시세는 가격 조정이 대충 끝난 다음의 수요 동향에 따라 지수 상승과는 또 다른 변화를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물가 상승 압력이 일찌기 경험하지 못했던 정도로 크리라는 것은 기정 사실이고 가격 정책면에서 어느 정도로 현실화를 단행하여 수급 균형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요지가 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정책 방향은 웬만한 원가 상승 요인은 인정해 주지 않고 기업의 자체 소화를 전제로 하여 상승률을 최대한 억제한 다음 가격 조정이 단행되는대로 최고 가격을 지정하고 잇달아 기준 가격을 고시, 최고 가격 위반자는 물가 안정 법에 의해 주무장관이 고발 조처하고 기본 가격 위반 행위는 신설된 부당 이득세로 다스리는 등 강력한 물가 행정을 동원할 계획이다.
즉 정부 관리 가격 체제를 강화하여 강제적인 수급 균형 가격을 유지해 가는 형태로 발전시킴으로써 물가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개입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가격 조정에 있어서는 정부·기업·소비자 3자 분담을 원칙으로 하여 ①정부는 생필품 가격 안정을 위해 가능한 한 재정 금융의 지원을 확대 (예 통행세 감면 등) 하고 ②기업은 불가피한 원가 상승 요인만 가격에 전가시키고 웬만한 부담 증가는 자체 흡수 (교통요금의 경우 인건비 상승 등은 고려치 않았음)해야 하며 ③정부 지원과 기업 흡수 이외의 추가 부담만 소비자가 가격 조정을 통해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뚜렷이 제시했다. 이 「3자 부담 원칙」은 단순히 물가 상승률을 되도록 낮춘다는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물가 지수릍 1∼2% 낮추는 노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제는 물가의 급격한 상승에 따를 자금 인상 압력, 한계 소득자들에 대한 대책 등이 시급한 과제로 등장할 것이고 함장 정책은 물론 물가 상승에 따른 환율·금리 등의 정책 변수를 어떻게 조절해 가야 할 것이냐의 문제가 더 중요성을 지니게 된 것 같다.
예를 들어서 3자 부담 원칙 중 기업의 부담을 지나치게 강요한다면 추가적인 가격 인상 없이는 임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물론 기업 재무 구조의 악화, 사업 의욕의 감퇴, 정부 세수의 침체 등으로 성장 정책에 매우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따라서 1일부터 스타트 한 가격 현실화 정책은 소비자들의 급격한 부담 증가를 가져온다는 측면에서, 뿐만아니라 경제 전반에 걸쳐 새로운 경제 질서를 찾아 커다란 시련기에 들어섰음을 신호한 것이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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