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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이 얇아지는 병 근시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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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을 카메라에 비유했을 때 망막은 눈 속에 벽지처럼 발라져 있는 필름이다. 망막의 두께는 위치에 따라 100-200μm 사이인데, 30μm 두께의 비닐로 비교하면 3-7겹 사이니까 망막은 비닐 5겹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어렸을 때는 몸도 작고 눈알의 크기도 작지만 몸이 커지면서 눈알의 크기도 커진다. 눈알이 커지면 눈에 들어온 먼 곳의 상은 망막보다 훨씬 앞에 초점이 맺히기 때문에 정확히 보이지 않는다. 오목렌즈 안경을 써서 상을 뒤쪽에 있는 망막으로 밀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근시의 나라이다. 전 세계 중에서 근시가 인구의 70%를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과 싱가폴뿐이다. 미국과 유럽인들은 근시가 30% 정도이고, 브라질은 6%밖에 없는데, 왜 우리나라는 근시가 그렇게 많은 것일까?

학자들은 그 이유를 우리나라와 중국인에 근시가 잘 생기는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두 나라에만 있으니 근시는 민족유전자라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 20개 정도의 근시 관련 유전인자들이 확인되었는데, 이 유전인자들은 15개의 서로 다른 유전자에 골고루 퍼져있다. 근시 유전인자들이 만든 단백질들은 눈의 껍질을 구성하는 섬유질에 영향을 준다. 그 결과 몸이 성장하는 속도보다 눈알이 커지는 속도가 조금씩 더 빨라지게 된다. 물론 일반적인 근시는 몸의 성장이 멈추면 눈알의 성장도 멈춘다. 문제는 -6.0 디옵터 이상의 두꺼운 안경을 쓰는 고도근시인데, 몸의 성장이 멈추어도 눈알의 성장은 미세하게나마 계속되기 때문이다. 눈이 긴장하는 상태에서 근시가 생긴다는 이론도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근거리에서 책을 많이 보면 눈이 긴장상태가 되어 근시가 늘어난다고 한다. 또한 망막 속의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지면 근시가 생긴다는 이론도 있다.

눈알의 크기가 커지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망막이 얇아진다. 우리 눈을 벽지가 발라져 있는 작은 방이라고 상상해 보자. 방이 조금씩 커지면 벽지도 같이 늘어날 것이다. 벽지가 점점 늘어나다 보면 너무 얇아져서 저절로 찢어지거나 구멍이 생길 것이다. 더 늘어나면 벽지는 더 이상 벽에 붙어있지 못할 수도 있다. 심지어는 망막이 너무 얇아지다 못해 사라지기도 한다.

근시로 인해 망막에 문제가 생겨서 시력이 소실될 수 있는 많은 경우들이 있다. 가장 흔한 원인은 망막이 기능을 못할 정도로 얇아지는 근시망막변성이다. 망막박리 또한 중요한 원인이다. 망막에 구멍이 생기면 눈 속에 차 있던 물이 그 구멍으로 스며들어가서 망막 뒤에 고이게 되는데 들뜬 망막부위는 볼 수 없게 된다. 원인 중에 근시황반변성도 있다. 근시가 많으면 망막만 얇아지는 것이 아니라 망막 뒤에서 산소를 공급해 주고 있는 얇은 혈관들(맥락막)도 늘어나서 망막은 산소 부족에 빠지게 된다. 산소가 부족한 망막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얇아진 맥락막에서 임시혈관을 만들어 망막 쪽으로 뚫고 자라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 임시혈관은 너무 약해서 쉽게 터지고 만다. 근시황반변성도 시력 소실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다. 또한 시신경은 망막에 있는 시신경섬유가 모여서 만들어지는데, 망막이 얇아지면서 시신경섬유가 소실이 되면 시신경도 점점 얇아지고 약해지는 녹내장이 된다.

이렇듯 근시는 일생 중에 다양한 시력소실의 위험을 겪게 된다. 안경을 쓰거나 혹은 라식이나 라섹 수술을 받고 안경을 벗는다고 눈알의 크기가 달라지지 않으므로 근시의 위험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근시가 많은 우리나라 사람은 망막의 건강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유전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책을 보지 않는 것, 도파민을 먹는 것, 드림렌즈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 딱 꼬집어 특효처방이 무엇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이렇게 말 할 수는 있다. 얇은 망막과 혈관을 건강하게 해 주어야 하며, 해가 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 망막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과 루테인이 풍부한 녹황색 채소와 과일을 어릴 때부터 즐겨 먹는 습관을 길러주어야 한다. 부모의 지혜와 헌신이 필요한 부분이다. 담배는 건강한 망막도 변성시키는 독이 되는데 하물며 얇은 망막에서는 어떨까. 따라서 금연 교육은 어릴 때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반대로 적절한 운동은 혈관을 튼튼하게 만든다.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을 피하는 것도 혈관 건강에 중요하다. 결국 어릴 때부터 건강한 식생활과 운동습관을 들여야 근시와 근시로 인한 합병증을 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고도근시가 있다면 20세부터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망막검사를 받는 것이 합병증을 예방하는데 중요하다.

☞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이성진 교수는 안과 전문의이다. 전공의 시절부터 겪었던 안과와 관련된 에피소드와 ‘눈’과 관련된 이야기로 다양한 칼럼 수백 편을 게재했다. 네이버 ‘황반변성을 극복하는 사람들’ 카페 상담의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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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교수 기자 wismile@schmc.ac.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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