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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바다 2만평…발구른 속수무책|구미 공단 화재 상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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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구미=이용우·박상하 기자】23일 하오 경북 구미공단 내 윤성 방적에서 난 불기둥과 검은 연기는 하늘을 찌르고 폭음은 공단을 뒤흔들었다. 2만여평의 공장건물이 불바다에 휩싸여 잿더미로 바뀌는 동안 종업원들·공단 관계관·읍민들은 밭을 구르면서 지켜보고 섰을 수밖에 없었다. 대구·김천에서 소방차가 도착했을 때는 발화 1시간이 지난 뒤였고 때마침 서북풍을 탄 영하10도의 강추위로 불길은 사납게 번지고 소화전 마저 꽁꽁 얼어붙어 국내 최대규모의 방적공장은 손 한번 못쓰는 가운데 안타깝게 타버렸다.

<여 공원이 처음 발견|발화>
불은 공장 안의 원면을 처음 가공하는 혼타면부의 기계실에서 일어났다. 혼타면부에서 가동 중이던 14대의 혼타기 가운데 1대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불꽃을 내기 시작하자 작업 중이던 여 공원 박경숙양(18)이『불이야』고 소리쳤다.
이 소리에 놀란 혼타면부 종업원 66명을 비롯, 공장종업원 4백 여명(여자 2백50명 포함)이 밖으로 뛰어나갔다. 일부 종업원들은 공장 안 소화기 등을 찾았지만 불길은 칸막이나 방화벽이 없고 불길을 잘 당기는 솜먼지 등이 쌓인 공장 내부를 순식간에 휩싸 약10분 뒤에는 소면부(실 뽑는 곳)로 번졌고 이어 연존부·정방부·「와인딩」부로 퍼져 20분 뒤에는 공장 전체가 불바다가 됐다.

<대구서 소방차 출동|진화작업>
불이 난 뒤 15분만에 현장 소장 이성희씨의 신고를 받고 구미 소방서와 공단 안 한국「폴리에스터」및 금오 공고의 일반 소방차 2대가 달려왔으나 소화전이 모두 얼어붙어 물을 뿜을 수가 없었다.
경찰관 1백5명, 의용 소방관 2백명 등이 긴급 출동하고 약1시간 뒤에 대구·김천·왜관 등지에서 미군 소방대 화학소방차 3대 등 모두 17대의 소방차량이 도착했으나 이 가운데 6대만 4㎞떨어진 구미 읍내에서 날라 온 물로 소화작업을 벌였고 나머지는 물이 없어 진화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공장안 물「탱크」는 이날 하오5시쯤 모두 바닥났다.
윤성 방적 공장에는 자체 소화시설로 화제탐지기 1천3백32개, 옥내소화전 57개, 옥외소화전 33개, 포말 소화기 1백40개, 방화수 40통, 방화사 40개가 갖추어져 있었으나 갑자기 번진 불길에 당황한 종업원들이 이들을 전혀 이용하지 못했다.
현장 소장 이성희씨는「스프링클러」장치가 돼있으나 물이 전혀 나오지 않았고 1천3백32개의 화재탐지기도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불이 나자 당황한 공원들이 단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업원 해고 안해|대책>
윤성 방적은 현지에서 24일 대책을 논의, 공장은 타버렸으나 종업원 등에 대한 감원 등의 조치는 없이 난국을 극복, 공장을 재건하겠다고 종업원들에게 설명했다.
사장 서갑호씨는 23일 하오 화재현장에 내려와 사후수습을 지휘하고 있는데 대책으로서는 우선 윤성 방적의 여공 1천2백명 중 3백50명은 이날 중 서울 방림방적 공장으로 불러 올려 취업시키며 여공기숙사 등은 그대로 안전해 나머지 여공들을 수용하는 한편 연내에 공장을 재건, 가동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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