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비는 미덕이 아니다|미국 사회 철학자 「에리히·프롬」 박사 주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소비가 미덕인 사회」를 허황되게 꿈꾸던 사람들의 거짓은 차차 분명해졌다. 가난한 나라에서 소비와 사치가 조금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는 것이지만 풍요를 구가하는 사회도 「소비와 사치」는 바람직한 것이 못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지는 최근 세계적인 사회 철학자이며 정신 분석 학자인 「에리히·프롬」 박사를 통해 풍요의 나라 미국의 타락의 병리를 진단, 소개하고 있다. 다음은 그 내용이다.
미국 사회는 이제 사회 철학자이며 정신 분석 학자인 「프롬」 박사에겐 못 마땅한 곳이 되었다.
그는 30년대 초에 베를린으로부터 미국에 왔을 때엔 히틀러 치하의 독일로부터의 탈출이란 의미에서 미국이란 민주주의의 새 천지는 생기에 차 보였고 일하고 살려는 희망에 가득 찼었다.
그런데 40년이 지난 요즘 미국은 그에게 희망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사회는 시체와 같은 성격이 됐고 파괴 성행으로 지배되고 있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미국의 문제는 억제되지 않는 산업주의 도덕의 마비, 그리고 윤리관의 결핍증 같은 것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건전한 『사회』 『사랑의 기술』의 저자인 「프롬」은 『미국은 아직 전적으로 지옥은 아니지만 거의 지옥을 피할 도리가 없다』고 말한다.
금년 74세인 「프롬」은 미국 시민으로 미국과 멕시코에서 강의를 맡고 뉴요크와 스위스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그의 주저가 될 『인간 파괴의 해부』의 출판을 위해 뉴요크에서 보냈다. 이 책은 이제 「홀트·라인하트·앤드·윈스턴」사에서 발간돼 시판되고 있다. 그의 미국에 대한 어두운 진단 가운데서 보면 미국에 만연하는 산업주의는 육체적 쾌락을 주는 것들을 과다하게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기계적 과정이 인간을 소형화하고 인간의 생활을 사람에서 중요치 않은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하였다.
미국에 곤란을 가져온 것은 미국의 산업 기계가 차량·전기 냉장고·「에어컨디셔너」·전기 담요·난로·온수 수영「풀」 등 쾌락용 물건들을 무제한으로 생산해 내기 시작한 2차 대전 이후의 산물이다.
『생활의 필요를 넘어서 생산된 제품의 과다는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을 폭력에 대해서도 무관심하게 만드는 지경에까지 마비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질적 팽창이 있는 댓가로 「정신」이라는 것의 희생을 감수하게 된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미국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어떻게 기계가 일하는가하는 것, 곧 기계의 논리를 받아들였다. 총을 만드는 궁극의 목적은 그것을 쓰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파괴적인 사회가 됐다고 그는 설명한다.
위험을 알면서도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으며 영화 장면을 통해 인생을 야만적이고 값싼 것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지난 10년간에 1백만명의 교통 사고 사망자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희망은 더 나은 사회를 찾는 젊은 세대 가운데서, 미국을 위한 도덕적 목표를 펴라는 사람들 가운데서 찾을 수 있다고 그는 희망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는 권태 때문에 파괴적이 되었다.
우리는 열망도, 생생한 충동도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 사회는 가치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소비나 사치의 중시가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만큼의 생산을 강조해야겠다. 더 나아가 좋은 사회, 민주적 사회를 지키는 일반적인 종교·윤리 가치감의 쇄신이 있어야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