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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이 독하다고? 김영덕·김성근에 비하면 약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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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송일수 감독(오른쪽)은 친근한 할아버지 같지만 선수들에겐 냉정하다. 송 감독이 지난 9일 시무식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왼쪽은 황병일 2군 감독. [이호형 기자]

2013년 프로야구 준우승팀 두산은 지난 연말 김진욱(54) 감독을 경질하고 송일수(64) 2군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김 감독 해임도 충격이었지만 감독 경력이 전혀 없는 송 감독 선임이 더 놀라웠다. 최근 프로야구에선 염경엽(46) 넥센 감독, 김기태(45) LG 감독처럼 소통에 능한 40대 리더가 주목받고 있다. 이 때문에 환갑을 훌쩍 넘긴 송 감독의 등장이 색다르게 느껴진다.

 일본 교토 출신인 송 감독은 재일동포로는 다섯 번째로 국내 프로야구 사령탑이 됐다. 결혼 뒤 귀화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사상 첫 일본인 감독이다. 송 감독을 지난 10일 잠실구장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말을 잘 알아듣지만 정확한 소통을 위해 통역원인 황인권(33)씨가 배석했다.

 - 감독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외부 인사가 오면 팀에 적응하고 선수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2군 감독인 나를 1군으로 올린 것 같다.”

 - 선수들과의 대화는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감독이 선수에게 말로 전달할 부분은 많지 않다. ‘잘 지내냐’며 어깨를 두드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2군 감독 때 러닝훈련을 유난히 많이 시켜 ‘러닝머신 할아버지’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허허, 나도 들었다. 처음엔 내가 주문하는 훈련에 적응을 못했지만 나중엔 선수들이 잘 따라오더라. 선수들은 힘들었다고 말하지만, 나는 10% 정도 부족한 부분을 느꼈다. 올해 훈련은 더 힘들어질 수 있다.”

 - 이종욱·최준석·김선우 등 베테랑들이 떠났다.

 “장기적으로는 플러스라고 본다. 남아 있는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생겼다. 김현수를 제외하면 모두가 주전경쟁을 할 것이다. 선수들 대부분이 2군에 한 번씩 왔기 때문에 선수 파악은 이미 끝났다.”

 - 선수들이 빠져나가 분위기가 처지진 않았나.

 “선수는 누구나 떠난다. 타석으로 치면 시즌 1000개 정도가 빠져나갔지만 다른 선수들이 경쟁을 통해 메워 줄 것이라 생각한다.”

 - 1984년 삼성에 입단했다.

 “삼성 포수 이만수(SK 감독)가 뛰어났지만 수비 보강을 위해 베테랑 포수를 구했다. 장훈 선생이 날 소개했다. 한국야구 수준이 낮은 줄 알았는데 와 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투수들은 당시 선수들이 지금보다 나았던 것 같다.”

 송 감독은 재일동포 김일융의 전담 포수로 활약했다. 1986년까지 159경기를 뛰며 타율 0.222·4홈런·40타점을 기록 했다.

 - 김성근·김영덕 등 재일동포 감독들이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확실하게 훈련시키고 선수들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두 분과 지도관이 비슷하다. 벤치(코칭스태프)보다는 선수들이 잘해야 한다. 훈련을 통해 실수를 줄여야 이길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은 훈련량이 많다고 하지만 내 생각엔 부족하다. 야구는 습관이 중요하다.”

 - 자신의 리더십을 표현하자면.

 “40대 감독이 ‘형님 리더십’을 펼치는 게 부럽지만 난 나이가 많아 어렵다.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처럼 친근하게 다가갈 수는 있을 것이다. 난 야구 잘하는 선수보다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수를 좋아한다.”

 - 일본식 ‘스몰볼’이 재미없다는 우려가 있다.

 “편견이다. 상황에 따라 작전을 낼 것이다. 5~6점 앞서도 흐름이 좋지 않다면 4번타자에게 번트를 지시할 수 있다. 반대로 1점 차라도 필요하다면 강공을 주문할 것이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우리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해줬다. 다시 그런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글=김효경 기자
사진=이호형 기자

송일수 두산 감독은 …

▶출생=1950년 12월 13일, 일본 교토 ▶가족=아내, 1남1녀 ▶좋아하는 음식=김치, 한식·중식·일식 모두
▶주량=소주 1병. 폭탄주는 한 잔도 못함 ▶사위 삼고 싶은 선수=“두산 허경민. 성실해서 ”
▶경력 1969년 일본 긴테쓰 입단 / 83년 일본 프로야구 은퇴(통산 215경기 타율 0.276)
84~86년 프로야구 삼성, 88~2004년 긴테쓰 코치 / 2005~2012년 라쿠텐 스카우트 / 2013년 두산 2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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