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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외 전문가들의 새해 경기 진단과 그 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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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태 경제 이론과 국제 경제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업적을 쌓아올린 「해로드」경은 성장지상주의에 대한 맹신을 경고하고 있다. 그는 이미 40대에 이론적 완성을 보인 적정 성장율의 개념을 적용, 재화·용역의 추가공급이 인간에게 부여하는 한계 복지 곡선의 하향점이 찾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세계무역 확대를 위해서는 빈번한 환율 변경보다는 인간의 통상 제한이 불가피하며 국가간 이해 조정을 위해 포상 전담의 국제 기구 설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 경제 분야에는 각국 정부의 개별적 경제정책과 국제기구에 다같이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주요 문제가 있다.
첫째는 경제 성장율을 적정선에서 유지하는 문제이고, 둘째는 「인플레」를 억제하는 문제이며 셋째는 국제 무역 장벽을 줄여 궁극적으로는 이를 제거하는 문제이다.
이상의 세 문제는 열거된 순서대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제 체제의 기본 목표는 기술과 행정 능력의 개선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가능한 한 기대한의 재정·용역을 인간에게 제공하는데 있다.
비록 그것이 「인플레」를 수반하더라도 우리는 이를 원하고 있다.
-물론 「인플레」는 해악이며 특히 정액 소득 층에 그 타격이 크지만-.
적정선의 경제 성장율은 이중의 이점이 있다. 가능한 최대의 재화·용역을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며 동시에 적정선의 성장율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면 매우 해악적인 비자발적 실업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적정성장 목표와 관련된 두 가지의 단서가 있다.
첫째, 인류복지라는 관점에서는 「레저」도 하나의 재화이다. 따라서 「레저」의 증가가 일정량의 재화·용역 증가보다 더 유의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적정 성장율을 계산할 때는 「레저」의 가치를 고려해야 된다.
필자 개인의 생각으로는 인간이란 원하는 것을 즐긴다. 그렇다면 「라디오」를 듣거나 할 일 없이 어정거리는 것보다는 일하는데서 더 많은 쾌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모든 것의 종국적인 기준은 쾌감이 아니겠는가?) 더우기 기술 발달로 노동시간을 단축시키는 속도와 「레저」를 즐기는 능력을 증가시키는 속도사이에는 「갭」이 있을 수 있다. 높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자기가 「레저」를 즐길 수 있는 능력을 기준으로 노동과「레저」의 균형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극대 성장논의 두 번째 한계는 자본 장비의 필요성과 관련된 것이다.
일정 시점, 기술 수준에서 자본재의 생산증가는 소비재 생산의 감소를 뜻하게 된다. 어느 기간에 소비재와 「서비스」의 양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일정 시점의 생산 자원을 소비재 공급 분야에서 빼돌리려 자본재 생산에 투입해야 한다. 이와 같은 상황은 어떤 새로운 기술개발로 상당량의 자본재가 필요하게 될 때 나타난다.
경우 그 시점에서는(시점이라지만 현실적으로는 수년이 될 것이다) 소비 수준은 평상시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

<생산 증대가 행복 해칠 수도>
성장 극대화 목표는 소득의 한계부용 측면에서 수정되어야 한다. 소득 소비의 한계효용 교감이라는 고전적 원리가 있다. 일정 기간에 생산자원을 자본재 생산에 투입하기 위해 소비를 급격히 줄이는 경우 인간의 행복이 약간 줄어들 것이다. 빠른 시일 안에 개량된 자본재를 설치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제공되는 재화·용역의 양이 크게 늘어난다 해도 인간의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는 양자의 이득이 동일할 수 없다. 즉 자본재 건설기간에 입은 행복의 손실은 새 자본재로부터의 생산이 가져다 줄 부가적인 행복보다 클 수도 있다.
이같이 경우에 따라서는 일정기간의 재화·용역 생산증대가 같은 기간의 인간 행복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는 새로운 자본 설비를 여러 해에 분산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보자. 19세기 중 소위 「배고픈 40년대」에 영국 안의 많은 사람들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고 있는데도 정부가 철도부설을 너무 조급히 서둘렀다고 생각했다. 철도부설은 장기적으로 재화·용역을 늘려준다. 그러나 이 작업을 보다 서서히 진행시켰으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 왔을 것이다. 철도가 완성된 다음 모든 사람에게 돌아간 재화·용역의 가치는 철도부설 기간중 이 사람들이 겪어야했던 궁핍을 보상하기에는 불충분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런 극단적인 예도 있다. 「볼셰비키」혁명 초기에 소련 당국은 자본재 건설에 너무 많은 노동력을 투입했기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식량생산이 모자라 굶어 죽은 사람이 있었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재화·용역의 추가적인 궁핍이 인간에게 부여하는 한계 복지를 나타내는 곡선의 하향점을 찾아내야 한다. 대개의 경우 정확성을 기하기는 힘들다. 경제학이 부정확한 과학일 수밖에 없는 핵심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상식이 우리가 요구하는 평가의 근사치를 제공할 수 있다.

<여가 수요는 가격 상승 초래>
이제 「인플레」문제로 옮겨 보자. 이전에는 「인플레」란 항상 총체적인 초과 수요의 증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최근의 경험은 이 가설을 확인하지 않는다. 최근 세계 여러 곳에서는 가격 「인플레」와 심각한 실업 현상이 한데 겹쳐 나타난 예를 여러 번 보아왔다. 「인플레」진단에서는 「디맨드·풀·인플레」와 「코스트·푸쉬·인플레」를 구별해야 한다. 전통적인 「인플레」 이론은 전자에 치중되었다. 수요 증가가 모두 「인플레」적인 것은 아니었다.
미사용 생산 자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수요 증가는 이미 사용분의 이용을 가져올 뿐 가격 상승 요인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생산업자가 보다 많은 상품에 간접비용을 분산시켜 가격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수요 증가가 생산 자원 이용을 넘을 경우 추가수요는 가격 상승을 낳는다.
이상의 얘기는 모두 타당하나 「인플레」에 관한 모든 것을 포괄하고 있지는 않다.
가용 생산자원이 풍부하고 「코스트」가 오르지 않아도 「인플레」는 일어날 수 있다. 수요 「인플레」외에 「코스트·푸쉬·인플레」라는 것도 있다. 재화 생산자는 그들의 생산성 증가를 넘는 보수 증가를 이룩할 수도 있다.
이것은 경쟁력의 문제이다. 그러나 「인플레」의 이 같은 독자적인 요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계속>

<약력>
▲1900년생(73) ▲1921년 「옥스퍼드」대 졸 ▲22∼37「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강의 ▲40∼45 전시「처칠」내각 경제문제 고문 ▲46∼52 「옥스퍼드」대 경제학교수 ▲52∼53 IMF 경제고문 ▲45∼61 「이커노믹·저널」편집인 ▲62∼64 왕립경제 학회 회장·현 「옥스퍼드」대 교수 ◎저서=『국제경제』(1933) 『「케인즈」의 생애』(51) 『달러』(53) 『연역이론의 기초』(56) 『반「인플레이션」 정책론』(58) 『영국 경제론』(58) 『국제통화개혁론』(65) 『통화』(69) 『동태 경제학 서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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