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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게릴라」도「에어·프랑스」는 안해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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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 20일부터 모든 「파리지엥」들은 「크리스머스·바캉스」를 즐기기 위해 속속 떠나고 있다. 「라디오」나 TV「뉴스」의 「톱」은 「제네바」에서 막을 연 중동평화회담을 제치고 단연「바캉스」를 떠나는 고속도로상의 자동차의 대열이다. 20일부터 「크리스머스·이브」까지 「파리」를 떠난 자동차 댓수가 1백40만대나 되어 서독「스위스」「벨기에」「네덜란드」등 석유동란 때문에 일요일에 차를 갖고도 「드라이브」할 수 없는 이웃나라 국민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언뜻 생각하면 석유난리통에 1백40만대의 차량이 그것도 「파리」라는 한개의 도시에서 「바캉스」를 즐긴다는 목적으로 고속도로를 메우고 있다는 「뉴스」는 당연히 「톱」감이 될 수 있겠다.
무엇보다도 「바캉스」차량대열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얄팍하다고 보이지만『앞을 내다보는』「프랑스」의 외교정책이다.
중동문제에 있어서 「프랑스」외교는 「드골」시대부터 친「아랍」이었기도 했지만 특히 지난번 10월 전쟁 때 두드러진 감이 없지 않다. 묘하게도 「프랑스」의 사회당이 「이스라엘」의 입장을 지지함으로써 연합세력인 공산당과 갈라서는가 하면 『자기땅에 자기의 발을 들여놓는 것이 어떻게 침략이며 공격인가?』라는 발언으로 일약 유명해진 「조베르」외상의 말대로 여당과 정부는 공산당과 보조를 맞추어 친「아랍」으로 돌아서 박수를 보냈던 것이다. 이 결과로 얻은 것이 「바캉스」차량대열.
뿐만 아니다. 석유전쟁의 가장 강력한 강행주장자「사우디아라비아」유류상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아랍」국가지도자들은 한결같이 전쟁직후 「프랑스」를 방문하고 있으며 『「프랑스」만은 석유공급 중단이나 감소조치에 예외가 될 것이다』고 반드시 기자회견. 지난번 「팔·게릴라」의 「로마」사건 때 「로마」공항에는 미국의 「팬·암」옆에 「에어·프랑스」「점보」기가 있었다. 특공대가 「에어·프랑스」기를 납치하려고 「트랩」에 올랐을 때 「게릴라」지도자가 『이봐, 그것은 「프랑스」의 비행기야. 저쪽의 「루프트한자」로!』라고 명령, 가운데 끼였던 「에어·프랑스」기가 무사했다는 것은 너무나 유명한 얘기. 이 때문에 「유럽」의 모든 여행자들은 「에어·프랑스」만 타려고 하는 통에 이 항공사는 즐거운 비명이다. 그렇다고 석유긴축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아니다. 유명한 개선문의 야광도 밤10시 이후 사라졌으며 「쇼·윈도」의 불빛은 모두 꺼졌다. 그리고 석유소모가 많은 고속도로에서 시속1백10㎞, 국도90㎞이며 이를 어길 경우 최고 7백50「프랑」(약7만5천원)또는 6개월 징역에 처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산업위축 등의 현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전체 석유소모량의 0·8%밖에 안되는 차량의 주말운행정지조치보다 남용만 막으면 된다』는 합리적인 조치정도이다. <파리=주섭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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