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준 공황 위기 감도는 세계 경제|유류「쇼크」로 움츠러드는 74년의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석유「쇼크」는「뉴요크」「본」동경의「네온·사인」만 어둡게 한게 아니라 74년 경기전망마저 음울한 암회색으로 몰아넣고 있다. 내년엔 미·EC·일본경제가 동시에 불황으로 빠지며 이들 중추국의 불황은 세계적인「스태그플레이션」으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74년 경기후퇴는 석유파동 전에도 예상되었다.

<석유파동 전에도 예상>
그러나 내년 경기후퇴는 금년의 과열경기 반동에서 천천히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 됐다.
10월 중동전쟁은 이런 경기의 연착륙설에 찬물을 끼얹었다. 경기후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준 공황상태로 급전전하 한다는 것이다. 금년 경기가 과열이었기 때문에 내년 불황의 강도는 더 심각할 것이다.
물론 석유파동의 귀추가 극히 유동적이고 또 경기는 여러 복합적 요인에 의해 변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74년을 점친다는 것은 아직 이를지 모른다.
그러나 이미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석유「쇼크」는 세계 경제를 깊숙이 할퀴어 놓았다. 비록 일반적인 예상대로 내년 상반기 중에 석유공급삭감이 9월 이전 수준으로 원상회복 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남긴 여파는 장기간에 걸쳐 세계경제를 주름잡을 것이다. 또 일반화된 74년 불황설은 심리적 상승작용을 일으켜 불황을 더욱 가속시킬 것이다. 기업가들은 이미 신규 투자를 줄이고 공장을 정비하는 등 움츠리기 시작했다.
세계경기는 이미 불황의 내리막길에 접어든 것이다.
미·EC·일본의 3대 경제권은 세계경제를 이끄는 기관차라고 볼 수 있다. 기관차가 서행하면 화차에 비유될 수 있는 개발 도상국 및 여타 경제는 거기 안 따를 수 없다. 동서교역의 확대 추세로 보아 공산권 경제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세계 경제는 같은 배(선)속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세계경제의 기관차 구실을 할 미·EC·일본경제가 거의 동시에 불황으로 추락될 추세다. 우선 미국은 명년 성장률이 금년의 6%선에서 1%선으로 급락 될 전망이다. 석유파경 전만 하더라도 74년 성장률은 3∼4%선으로 예상 됐었다. 노조 측에선 74년 실업률이 8%선을 상회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 실업률 8% 넘을 듯>
이런 불황 속에서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7.2%에 달할 전망이니 그야말로 물가고 속의 불황인 것이다. 불황의 위험신호가 발해진지는 이미 오래다. 11월중「뉴요크」증권시장은「쿠바·미사일」이 위기이래 최악의 주가 금락 사태를 치렀다. 주가는 경기의 선행적 지표의 하나이다.
이 주가급락은「월」가의 심리적 공황을 반증하는 것이다. 또 미국경제를 선도하는 자동차와 철강이 이미 생산 정비에 들어갔다. GM은 미·「캐나다」에 있는 16개 대형차 조립공장을 조업 정지했고「크라이슬러」는 5천명의 종업원을 한때 해고했다. GM·「크라이슬러」는 74년 자동차생산이 금년보다 10% 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데 이것이 관련산업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클 것이다.
철강업은 연4백만t의 감산에 2만명의 실업, 섬유는 10%감산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시멘트」「알루미늄」등「에너지」다소비 업종도 타격이 클 것이다.
EC는「에너지」총 소비량의 62%를 석유에 의존하고 있고 수입 석유의 80%이상이 중동산이므로 이번 석유「쇼크」의 영향도 직접적이다. EC중에서도「아랍」으로부터 전면금수조처를 받은「네덜란드」가 가장 타격이 심한데「네덜란드」로부터「파이프」를 통해 석유를 공급받아 온「벨기에」서독 등도 연쇄 고통을 받고 있다.
「네덜란드」에 있는 세계 최대의 정유회사인「로열·더치·셸」을 비롯하여「에소」「브리티쉬·피트롤리엄」등이 이미 20% 감산에 들어갔으며 이 때문에「암스테르담」및「라인」강 연안의 석유화학공장들이 조단과 대량 실업사태를 겪고 있다.
석유「쇼크」는 경제·통화동맹을 지향하고 있는 EC에 내부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때문에 EC 9개국 수뇌들이「코펜하겐」에 모여 EC의 단결을 재확인하고 집단행동에 의한 석유위기의 타개를 다짐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 동안「프랑스」와 영국 등 EC 각국은 성장 우선 정책을 취해 왔는데 이번 석유파동으로 안정노선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석유파동 전엔 74년 EC의 평균 성장률이 73년의 6%에서 4.5%선으로 둔화한다고 전망됐으나 최근엔 2%정도로 급락할 것이라는 비관이 나오고 있다.
74년에 미·일이 불황에 빠지면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이므로 국제경쟁력이 약한 영국과「프랑스」가 국제수지 면에서 대 타격을 받고 이것은 또 한번의 국제통화파동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경제대국 일본도 석유위기 앞에선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일본은 석유의 9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이중 80%가 중동산이다.
또 일본의 산업 체제가 값싼 석유의 무제한적 공급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런 산업체제를 바탕으로 한 일본은 구미의 2배가 넘는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다.
이제까지는 일본경제의 강점은 이번 석유파동으로 약점으로 바뀌었다. 74년 일본경제 성장률은 석유 공급 삭감율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결정될 것인데「마이너스」5% 성장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석유 없으면 속수무책>
이번 석유위기는 일본경제의 기반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이미 외화준비는 감소 일로에 있고 신규 투자는 거의 중단된 상태에 있다. 현 무역적자기조로 보아선 한때 2백억불에 육박했던 외화 준비가 명년 봄엔 1백억불 이하로 떨어지고「달러·레이트」도 3백「엥」이상으로 절하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불황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은 10%를 넘을 추세이다. 일본경제의 전면적 재편작업은 이미 시작되었다.
무자원국인 일본이 연10%가 넘는 고도성장을 하는 것은 무리이므로 성장률을 3%선으로 낮추고 물가 상승률도 8∼9%선에서 억제하자는 안정성장 지향으로 대세가 기울고 있다.
확실히 석유파동은 세계경제의「템포」와 진로를 바꾸어 놓았다.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듯이 금년의 과열경기에서 내년의「스태그플레이션」의 나락으로 급전 직하하는 과정에서 세계는 모두 불황의 현기증과 한기를 실감 있게 느껴야 할 것 같다. <최우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