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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쩌민 軍장악 … 未完의 세대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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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국 지도부는 '안정과 번영의 지속'이라는 대명제 아래 신.구의 조화를 특징으로 한 세대교체 작업을 완료했다.

장쩌민(江澤民)과 리펑(李鵬).주룽지(朱鎔基) 등 제3세대 지도자들은 후진타오(胡錦濤).우방궈(吳邦國).원자바오(溫家寶) 등 제4세대 지도자들에게 각각 국가주석과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상무위원장.국무원 총리를 이양했다.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리고 있는 전인대는 지난 15일 국가주석과 부주석, 국가중앙군사위 주석과 부주석직 인선에 이어 16일 원자바오를 신임 총리로 선출하면서 중국 최고 지도부에 대한 인선을 마무리지었다.

◆제4세대 지도부 등장=지난해 11월 공산당 16기 당대회(16大)에서 총서기직에 오른 후진타오는 장쩌민의 후임으로 국가주석에 오름으로써 당(黨).정(政)을 장악한 실질적 '후진타오 시대'의 막을 올렸다.

당 권력 서열 2위인 우방궈 전 부총리는 리펑에 이어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맡게 됨으로써 한국의 국회 격으로 실질적 기능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전인대를 이끌며 권력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농업 담당 부총리였던 원자바오는 주룽지 총리의 후임으로 중국 경제 개혁.개방의 총 사령탑을 맡게 됐다.

장쩌민 주석의 최측근인 쩡칭훙(曾慶紅)은 지난해 공산당 간부 핵심 양성소인 중앙당교(中央黨校) 교장직을 맡은 데 이어 이번에 국가부주석까지 오름으로써 당.정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장쩌민의 다른 측근인 자칭린(賈慶林)은 지난주 열린 제10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政協)에서 신임 주석으로 선출됐고, 江의 상하이방(上海幇) 핵심 참모인 황쥐(黃菊) 전 상하이시 당서기는 원자바오에 이어 국무원 2인자인 제1부총리직에 올랐다.

◆江-胡의 권력 분점=가장 관심을 모았던 중앙군사위 주석직에는 장쩌민이 유임됐다. 인민해방군을 총지휘하는 실질적 권력 핵심이다. 이번 지도부 구성을 '불완전한 세대 교체'라고 보는 시각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한 소식통은 "국방과 대만 등 핵심적인 외교 문제 등을 장쩌민 주석이 처리하고 나머지 업무는 모두 후진타오가 맡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권력 교체기에 군부 장악력이 뛰어난 江주석이 해방군을 통솔하면서 胡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해준다는 포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한 소식통은 앞으로 "쩡칭훙.자칭린.황쥐 등 권력핵심에 포진한 江의 막료들이 胡를 끊임없이 견제할 것"이라면서 "권력의 불안 요인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개혁보다 안정 우선="발전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發展是硬道理)"라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유훈(遺訓)은 새 지도부에도 통용될 전망이다.

후진타오와 원자바오 등이 정치.농업.소득분배 등에서의 개혁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되지만 발전이라는 대세를 거스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13년간 총서기직을 수행한 장쩌민의 영향력이 상당 부분 그대로 남아 있어 새 지도부는 개혁보다 안정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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